한반도 방향 튼 '카눈', 더 세고 강해진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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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이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6호 태풍 카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이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6호 태풍 카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카눈은 한반도를 비껴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일본 남부 규슈 지방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된 것이죠. 하지만 카눈은 갑작스럽게 서쪽으로 진로를 바꾸며 10일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입니다.

‘설상가상’. 몸집과 위력까지 키웠다는데요. 태풍이 아무리 변덕스럽다지만 카눈의 변덕은 좀 유별난데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태풍 ‘카눈’ 일본 규슈 접근...10일 한반도 통과 전망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입니다. 앞서 카눈은 일본 남부 규슈 지방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됐지만, 진로를 서쪽으로 급격하게 튼 탓에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카눈은 일본 남단 가고시마 남쪽 약 300㎞ 부근 해상에서 한반도를 향해 직진하고 있습니다.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 35㎧에 강풍반경 350㎞로 ‘강’ 수준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동 속도는 시속 3㎞로 느리게 북진 중입니다.

카눈은 9일 오후 3시쯤엔 일본 가고시마 서쪽 약 150㎞ 부근 해상을 지나면서 한반도 남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부산 남서쪽 해상에 이르렀을 때 태풍의 강도는 여전히 ‘강’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풍 강도 ‘강’은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인 경우인데, 이 정도 바람은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죠.

10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카눈은 북서진을 거듭하면서 한반도를 관통하겠는데요. 이때 전국이 강풍반경(풍속이 초속 15m 이상인 구역)에 들겠습니다.

▲기상청이 8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진로. (사진제공=기상청)
▲기상청이 8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진로. (사진제공=기상청)
중국 동부 해안→일본 남쪽→한반도…‘갈지자’ 그리는 카눈

이번 태풍의 진로는 무척 유동적입니다. 카눈은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고, 또다시 왼쪽으로 꺾이면서 ‘갈지자’ 행보로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초 기상청은 발생 직후인 지난달 28일 카눈이 중국 동부 해안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시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있었는데요. 북태평양고기압은 태풍을 밀어내는 역할을 해서 한반도도 비교적 안정권에 있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태풍은 이달 4일께 급격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수시로 변화하는 태풍 주변 기압 배치와 바람 방향 때문이었죠. 먼저 태풍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과 맞부딪히면서 대만 동쪽 해상에서 정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티베트 고기압과 적도 고기압이 맞닿는 과정에서 유입되는 바람을 타고 일본을 향해 뻗어갔죠.

여기서 카눈은 또 한 번 급선회,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불던 남풍은 ‘벽’이 됐고, 이 남풍에 올라탄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서진하게 된 겁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 영향을 미친 터라 향후 경로는 언제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전망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해 수도권 등 서부권이 태풍의 오른쪽인 ‘위험반원’에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통상 태풍은 이동하면서 진로 방향 기준 오른쪽 지역에 더 큰 피해를 줍니다. 즉 카눈의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쳐진다면 위험반원에 드는 내륙 면적도 넓어져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거죠.

앞서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과 미국 해양대기청 모델(GFS)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지만,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태풍이 카눈의 세력과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세가 모두 강하고 북쪽 기압골과 상호작용은 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카눈이 서해로 진출해 중국 산둥반도를 향해 나아가는 경로를 발표했습니다. 모델마다 동서 편차가 700㎞에 달하는 터라, 최신 기상 정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면 온도 현황. (사진제공=기상청)
▲해수면 온도 현황. (사진제공=기상청)
변수는 ‘뜨거운 해수면’·‘느린 이동 속도’…산바·하이선 닮은꼴?

카눈의 변수는 뜨거운 해수면 온도와 느린 이동 속도입니다. 이 두 가지 요건에 따라 태풍 양상부터 태풍에 의한 피해 규모까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재 한반도 주변은 태풍이 세력을 확장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세력도 강해집니다. 그런데 카눈이 통과할 남해안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2도가량 높은 섭씨 29~30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해는 2~3도, 동해는 최고 4~5도나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황이죠. 육지에 상륙하면 태풍의 세력은 약화하곤 하지만, 카눈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해수면을 지나면서 세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로 카눈은 6일엔 ‘중’(최대풍속 초속 25m 이상 33m 미만) 정도의 세력으로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7일 전망에서는 ‘강’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죠. 한반도에 닿기까지 해수면을 지나오면서 세력을 지금보다 더 키울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카눈의 느린 이동 속도도 문제입니다. 태풍은 빠르게 지나갈수록 피해가 작습니다. 그러나 이날 오전 4시 기준 시속 7㎞로 이동하던 태풍은 오전 9시엔 3㎞로 훨씬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태풍의 느린 움직임에는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무더위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여름을 맞은 우리나라에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은 각각 대기 상·하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카눈이 이 사이에 껴서 느리게 북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카눈의 예상 경로가 2012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산바’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산바로 인해 사망자 2명과 이재민 3800여 명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도 3627억 원에 달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다만 산바는 상륙 당시 중심기압이 955hPa로, 당시까지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중 역대 5위에 해당할 정도로 강한 세력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한데, 카눈은 한반도 상륙 시 중심기압이 970hPa 정도일 것으로 예측되죠.

그러나 시속 50㎞로 빠르게 움직인 산바와 달리 카눈은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산바에 비해 강도가 약하더라도 피해는 비슷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죠.

또 카눈은 2020년 9월 영남권과 강원도를 때린 태풍 ‘하이선’처럼 동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카눈의 이동 경로는 예상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했는데요. 하이선이 당시 경상권을 중심으로 피해를 줬다면, 카눈은 한반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뉴시스)
▲(뉴시스)
한반도 전역 영향…강원영동 최대 600㎜ ‘물벼락’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3시쯤 서귀포 동쪽 170㎞ 해상에 다다른 뒤 이날 오전 9시쯤엔 경남 통영 서쪽 3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강풍반경은 다소 줄어들어 310㎞가량 되겠지만, 강도는 여전히 ‘강’을 유지하겠습니다. 이후 북서진을 거듭하다가 11일 오전 9시쯤엔 북한 평양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입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태풍은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한반도 전역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겠는데요. 강풍을 동반한 폭우도 예고돼 있습니다. 남해안 지방 산지를 만나 상승한 공기가 구름을 두껍게 만들면서 더 많은 비를 만들 가능성도 있죠.

특히 위험반원에 드는 경상도와 강원도에는 최대 초속 40m 강풍이, 전국적으로는 20~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겠는데요. 초속 20m 이상이면 한자리에 서 있기가 힘들고, 간판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초속 30m 이상이면 가로수가 뽑힐 수 있는 위력입니다.

예상 강수량을 살펴보면 강원영동은 9~11일 200~400㎜, 많게는 무려 600㎜ 이상의 비가 쏟아지겠습니다. 강원영서는 80~120㎜, 최대 150㎜ 이상 비가 예상됩니다.

다른 지역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서해5도 80~120㎜(많은 곳 150㎜ 이상), 충남서해안·대전·충청남부내륙 100~200㎜, 세종·충청북부내륙 80~120㎜(많은 곳 150㎜ 이상), 광주·호남 100~200㎜(전남남해안, 전라동부내륙 많은 곳 300㎜ 이상),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100~200㎜(지리산 부근 최대 400㎜ 이상, 경상서부내륙·부산·울산·경상해안·경북북동산지 많은 곳 300㎜ 이상), 울릉도·독도 80~120㎜, 제주 100~200㎜(산지와 중산간 많은 곳 각각 300㎜ 이상과 400㎜ 이상)입니다.

강원영동과 경상해안, 경상서부내륙, 전라동부, 제주 등은 비가 시간당 40~60㎜까지 쏟아지는 등 집중호우를 동반하겠습니다. 특히 강원영동은 시간당 60~80㎜,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시간당 100㎜ 이상 ‘물폭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다른 지역은 시간당 30㎜ 내외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기상청은 태풍 반시계 방향 회전에 따라 부는 덥고 습한 공기가 국내에 유입돼 산 등 지형과 충돌하면서 구름대가 들어오기 전부터 비가 내릴 수 있으니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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