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풍경] 진료실의 리추얼

입력 2023-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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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부분 수면 내시경을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비수면으로 위내시경을 받는 이들이 있다. 검사 후에 다른 일정이 있거나, 운전해야 하거나, 예전에 비수면으로 했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 이들이다. 전에도 비수면으로 내시경을 어렵지 않게 했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하고 진행했다가 아주 고생하시는 이도 있다.

그날도 그런 분이었다. 목을 넘기자마자 구역을 시작하더니 내시경 내내 힘겨워하셨다. 거기다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내시경 검사 시간은 늘어나고 힘겨워하는 환자의 생생한 모습에 어떻게든 빨리 끝내려고 애를 썼다.

“조금만 참으세요! 포셉 주세요! 자! 숨 한 번 참아봅니다. 오픈! 바이옵시! 조직 잘 나왔나요? 환자분 이제 나옵니다!” 길고 검은 내시경 호스를 빼고 환자의 등을 여러 번 쓰다듬어 주며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렸다. 진료실에서 결과를 설명하며 다시 환자분께 고생하셨다, 비수면이 원래 그렇게 힘들 때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환자분이 생각지도 못하게 “참지 못하는 저 때문에 고생은 원장님이 하셨지요. 감사합니다” 하시는 거다. 그리고 갈 때도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가셨다. 너무 정중해서 나도 같이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어쩌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인사였지만 그날은 마치 그것이 리추얼(ritual)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추얼은 반복되는 의식(儀式)이다. 마치 그릇과도 같아 그 의식에 감사, 존경, 경외심, 사랑 등의 의미를 담는다. 살다 보면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감정과 표현이 있다. 이런 감정과 표현 들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때 리추얼은 대신 그것을 전하는 고마운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 환자의 인사가 리추얼 같았다는 것은 정중한 인사에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감사를 느꼈고 나 또한 환자에게 말로 담을 수 없는 격려와 감사를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리추얼을 가끔 진료 현장에서 만나노라면 한동안 깊은 여운에 잠기게 된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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