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중국과 ‘헤어질 결심’ 준비하는 G7

입력 2023-05-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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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부상에 선진 강국 견제 나서

對中의존 등 지나친 ‘쏠림’ 경계

배터리 등 에너지 거래 차단하고

긴밀한 협력속 기술혁신 주시를

MI6는 007 영화로 잘 알려진 영국의 해외정보국이다. 영화에서는 이 조직의 수장이 여성이고, 스펙터 같은 초국가적인 가상의 적을 무찌른다. 2014~2020년 MI6의 국장을 지낸 현존 인물 알렉스 영거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지적했다(BBC, 2월 14일 자). 미·중 패권 경쟁의 시기, 우리는 미국이 일인자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라이징 스타인 중국을 선제공격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중국을 경계하는 세력은 미국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잘 산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들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G7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중국의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디리스킹(derisking)’을 선언했다. 경제 강압이란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나라를 골탕 먹이는 행동을 뜻한다.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비공식적인 한국 단체 관광 금지 등이 그러하다. 디리스킹은 주요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다. 만일 어떤 이유로 중국이 한국에 배터리용 광물 수출을 금지한다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테니 이런 부분에서 미리 공동 대처하자는 것이다. 애초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주장했으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단절이 자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커플링은 핵심 산업에서 서로의 공급망을 분리, 즉 중국발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다.

조건이 성숙되면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으로 전환될 수 있기에 중국의 반응은 매우 날카로웠다. 공동선언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조치했다. 마이크론이 제공하는 범용 반도체는 대부분 중국산 반도체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생산량이 당장은 조금 부족할 수 있다. 무역마찰 국면에서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법이다.

G7 또는 미국이 인식하는 중국의 위협은 경제 안보, 국가안보 그리고 에너지 안보 등 세 갈래에서의 위협이다. 이 세 위협에서 벗어난다면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디리스킹에서 디커플링으로의 전환이다. 디커플링이 되어도 핵심 산업 이외의 분야에서의 경제 교류와 교역은 지금처럼 또는 필요에 따라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경제 안보의 핵심은 반도체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하게 중국의 숨통을 조였다. 한국, 대만과 공조해 첨단 반도체의 수출을 금지했고, 네덜란드와의 협조 속에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도 완벽하게 막았다. 중국은 낡은 반도체만을 대량 생산할 뿐이다.

국가안보는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과 사이버 보안 이슈로 나뉜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보다 G7의 관심사는 화웨이의 5G로 대표되는 사이버 보안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중국 기업들이 서방의 정보망에 접근하는 것을 그 근원부터 막으려 한다. 중국산 항만 기중기마저도 사이버 보안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 같다(이투데이 3월 6일 자).

이들 세 위협 가운데 현시점에서 핵심은 에너지 안보다(뉴욕타임스 5월 19일 자). 탄소배출, 전기차, 배터리,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의 사안이다. 미국은 여기에서의 신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 강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이 미국에 해당 공장을 세우고, 중국과는 거래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아직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은 중국의 강압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다.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 두 개는 G7과 중국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남은 하나는 에너지 안보뿐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소재의 절대량을 공급한다. 미국은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제3국에서 배터리 소재를 채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럽은 러시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들은 중국과 잘 지내길 바라지만, 기본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중국과의 협력을 긴밀히 하는 동시에 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혁신 결과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반도체에서 승부는 사실상 결정 났고, 이젠 배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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