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한미 정상회담, 가려진 성과에 주목해야

입력 2023-05-08 05:00 수정 2023-05-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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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우주협력 강화' 함의 커
첨단기술분야 구체적 협력 성과
일부 무기수출통제 해제 가능성
미래경쟁력 관련 美협조 기대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동맹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양국은 한미동맹이 지역적으로 한반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동맹으로, 기능적으로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기술·문화·인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나아갈 것 확인했다. 귀국 직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 방문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의 최대 성과는 한국형 확장억제와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의 내용이 담긴 ‘워싱턴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북핵 위협 대응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경제 관련 성과를 크게 기대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최근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및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원칙의 재확인만 있었다. 보다 예측가능성 있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한 긴밀한 협의 지속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미국 정부가 IRA 세금공제 가이드라인과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 심사기준 및 가드레일 조항의 가이드라인 등을 발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양국 간 구체적인 합의를 이번 회담에서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과한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경제적 ‘호혜’를 강조한 부분, 바이든 대통령이 IRA와 반도체 과학법이 한국 기업들에 걸림돌이 아닌, 보다 큰 기회로 작용하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부분에서, 양 정부 간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읽었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담지 못했지만 아마도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통해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들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보다 주목했던 점은 한미동맹이 선언적 약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과 2022년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서 나열에 그쳤던 첨단기술 협력 분야 중 양자, 우주, 사이버 분야에서 가시적이고 진전된 협력성과를 도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양국은 우선적으로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디지털경제 △양자정보과학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총괄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국가안보실 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양자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등을 발표했다.

특히 언론에서는 주목하지 않지만 대통령의 NASA 고다드 우주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 방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한미 간 상업 우주협력 강화”와 “양국 간 확대된 상업 및 정부 간 우주 협력 기반을 제공하는 위성 및 위성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을 미국이 최근 명확히 한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일견 수수께끼같이 보이지만, 그간 우리 우주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관련 수출통제가 일부 풀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만든 위성을 누리호와 같은 우리 발사체를 통해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이다.

경제안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는 미국이 줄 수 있는 상당히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른 많은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기밀문서(U.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를 읽어보면, 미국은 역내 우방국들에 더 큰 역할을 지움과 동시에 반대급부로 R&D 협력을 제공한다는 액션플랜을 갖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미국은 미국-영국-호주 간 핵잠수함 동맹인 AUKUS를 통해 호주에 역내 안보에 더 큰 역할을 지움과 동시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해 주었다.

우리는 원자력,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의 수출통제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첨단기술 부분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우리가 이번 대통령 국빈 방문에서 얻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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