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아이들 복통

입력 2023-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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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뉴질랜드 여행을 갔을 때다. 아침 미팅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어도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있다고 한다. 밤새 열이 나면서 토하고 배가 아파 잘 걷지 못해 병원에 왔는데 맹장염 같다고 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단다.

내가 소아과 의사라고 하곤 아이의 상태를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맹장염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우선 잘 달래 아이를 침대에 누이고 무릎을 굽힌 다음 배를 여기저기 살살 눌러보라고 했다. 누르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몸을 피하는지, 아님 누르지 못하게 손으로 제지하는지, 혹 얼굴 표정이 변하거나 더 세게 우는지를 보자고 했다.

얼마 후 배를 누르면 애가 아파하기는 하는데 특별히 더 심하게 아파하거나 내가 말한 것들은 없는 거 같다고 했다. 열이 얼마냐 물으니 39도란다. 맹장염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아이들은 고열이 나면 토하고 배를 많이 아파할 수 있다며 일단 검사는 보류하고 열감기 약을 먹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늦기는 했지만 그 날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아이들이 배가 아플 때 소아과 의사가 해야 할 일은 배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 때문에 2차적으로 배가 아픈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만약에 진짜 배에 문제가 있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장염처럼 약으로 치료하는 병과 검사를 해서 수술이 필요한 병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며 그냥 울어대기만 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하여 소아과 의사가 아니라면 진찰보다는 이런저런 검사에 의존하게 된다. 요새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고열, 구토,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

게다가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에 가서 받은 검사지를 보면 소아과 의사라면 안 할 리스트들까지 총 망라돼 있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2차병원이건 3차 병원이건 소아과 의사가 없긴 없구나”를 절감한다. 여기에 더해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각종 검사를 받느라 오랜 시간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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