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한미정상회담을 보는 일본 언론의 시선

입력 2023-05-03 05:00 수정 2023-05-0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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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아사히신문의 외교전문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근 ‘현대비즈니스’ 인터넷판에 기사를 올렸다. 마키노 기자는 “윤석열 정권의 외교 자세에는 약간 위태로운 부분이 있다”는 한국 외교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그 전문가가 두 가지 근거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마키노 기자는 “하나는 맹렬히 질주하는 경향이 있는 윤 정권의 외교 자세다. 이는 우선 윤 대통령 본인의 개인적 성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옳은 것은 옳다고 믿는 신념이 강한 반면 오랫동안 상하관계가 엄격한 세계에서 살다 보니 부하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마키노 기자는 김성한 전 안보실장 ‘경질’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추세는 최근 더욱 강해졌다. 3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국 대통령실 내에서 야당의 반발도 고려해 단계적으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성한 당시 실장 등과 단번에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김태효 1차장 등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후자의 입장이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 불만은 김성한에게로 향했고 그는 결국 사퇴했다. 이제 대통령실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는 급진파가 좌지우지하는 구도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마키노 기자는 이상과 같이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 구조를 설명하면서 “일본이나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연하게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문가가 말한 이번 워싱턴선언이 위태로운 두 번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윤 정권이 의지하는 미국의 쇠퇴라는 문제가 있다”며 “이제 세계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의 권위주의 진영,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 중립 진영으로 3분할 돼 있다. 윤석열 정권의 외교 방침은 한미 동맹만 튼튼하면 한국의 국익이 유지된다는 것인데 미국이 끝까지 한국을 돌봐줄지는 알 수 없다. 미국에 접근해 중·러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한국은 앞으로 중립진영과의 교섭에서도 애를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NHK뉴스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 확장억제 강화 방침, 즉 워싱턴선언에 대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일본 측 입장을 소개했다.

NHK는 “마쓰노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계속 현재의 전략 환경을 바탕으로 미·일, 한·일, 한·미·일에서 긴밀히 연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마쓰노 장관은 ‘한·미 양국이 핵무기를 둘러싼 정보공유 틀 신설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미·일 양국도 같은 대응을 할 필요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미·일 간에는 2010년 이래 확장억제 유지 강화를 위한 노력을 논의해 왔다. 계속해서 다양한 고위급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일 간 핵 확장억제 강화 논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뜻하는 것이라고 NHK는 평가했다.

이처럼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선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비판적인 경우가 많았다. 아사히신문은 4월 29일 자 사설에서 이번 워싱턴선언으로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설은 “힘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멈출 수 없다. 압력과 대화의 균형이 맞지 않는 전략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역행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억제 전략으로도 북한 문제를 타개하지 못한 과거의 교훈을 한·미는 배울 필요가 있다. 회담에 반발한 북한이 이를 빌미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도발을 응수하면서 출구 없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또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동북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미 전략 원자력 잠수함 파견이 적절한 대응인지 재고도 필요하다. 요구되는 것은 한반도 안정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지혜일 것”이라며 “워싱턴선언에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는 문구도 담겨 있긴 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이 대화에 시동을 거는 기운이다. 형식뿐인 호소가 아니라 북한이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도쿄신문도 4월 28일 자 사설에서 “핵군비 확장 경쟁이 가속화되면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진다”며 “북한에 대해서 대화에 응할 것을 줄기차게 호소하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무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모두 이번 워싱턴선언이 동북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성을 한층 더 높였다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실질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파의 대표 산케이신문도 4월 28일 자 사설에서 “회원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핵공유도 다루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프로그램그룹(NPG)과 달리 미국 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핵공격하면 북한 정권이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자력 잠수함의 기항만으로 충분한 억지력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고 워싱턴선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즉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웃 나라 일본의 언론들이 보기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회담이었고 후속 조치에 신중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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