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장악한 ‘술방’...‘음주공화국’ 부추긴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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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시고 시작할까요?”

한국 특유의 콘텐츠라 불렸던 ‘먹방’. 외국 유튜버들도 먹방 영상엔 영어로 ‘MUKBANG’이라 명명할 정도인데요. 이제 이 먹방 콘텐츠가 ‘이것’으로 번져갔습니다. 바로 ‘술방’이죠.

먹방의 하위부류라고 치부하기엔 그 수가 엄청난데요. 최근 유튜브 채널 속 ‘술방’은 술 대결을 펼치거나 과하게 마시고 취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노출되며 우려의 시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접근 제한 같은 보호 장치가 없는 그야말로 ‘규제 사각지대’죠.


▲(출처=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M드로메다 스튜디오’, ‘성시경 SUNG SI KYUNG’, ‘BANGTAN TV’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M드로메다 스튜디오’, ‘성시경 SUNG SI KYUNG’, ‘BANGTAN TV’ 캡처)

유튜브 속 ‘술방’ 홍수

얼마나 더 많이 먹나, 얼마나 다양하게 먹나 등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하는 먹방과 달리 술방은 ‘함께’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술을 마시며 게스트 또는 시청자와 소통하거나, 술과 안주를 소개하는 리뷰성도 많습니다.

유튜버 뿐 아니라 연예인까지 술방에 합류했는데요. 음주라는 행태가 자칫 구설에 오를까 염려하던 때가 언제인지 싶을 정도죠. 아이돌까지 술방에 합류하며 그 경계를 무너뜨린 기분입니다.

스무 살 래퍼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 술방 대표 콘텐츠 격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일명 ‘차쥐뿔’로 불리는 이 술방은 게스트를 진짜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입니다. 22년 6월 첫 영상을 올린 뒤 현재는 2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죠. 게스트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방탄소년단 진, 블랙핑크 지수, 트와이스 채영·나연 뿐 아니라 덴마크 미남 가수 크리스토퍼도 이영지의 집을 다녀갔죠. 이 중 방탄소년단 진이 출연한 영상은 조회 수 1700만 회를 넘는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진행하는 ‘스튜디오 훅: STUDIO HOOK’ 채널의 ‘술트리트 파이터’, 슈퍼주니어 규현을 내세운 1인 음주 콘텐츠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딩고뮤직의 ‘이슬 라이브’, 이은지의 ‘해장님’ 등 연예인들이 전면에 나선 술방 채널이 넘쳐나는데요.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슈가가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 ‘BANGTAN TV’를 통해 공개한 자체 콘텐츠 ‘슈취타’ 또한 술방입니다. 게스트가 각자 즐기는 술을 가져와 함께 소탈한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죠.

꼭 술방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연예인들의 개인 채널이나 자체 콘텐츠에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성시경의 ‘먹을텐데’가 이에 해당합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지만 ‘애주가’ 성시경이 어김없이 술을 곁들이곤 합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음주 노출, ‘도’를 넘었다

그런데 이 술방이 아동과 청소년들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실제 200만 명이 넘은 술방 유튜브 영상에서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의 몸을 붙잡고 술을 억지로 들이붓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정부 기관이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개발원)을 통해 지난해부터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개발원이 유튜브 콘텐츠 가운데 ‘술방’으로 검색되는 영상 중 조회 수 상위 300건을 분석했더니 음주 장면 노출 영상이 89.3%(268건)에 달했고, 출연자 음주를 주로 보여주는 영상이 대다수(251건)를 차지했습니다.

해당 영상 300개 중 복지부 가이드라인을 어긴 건 약 90%에 달했는데요. ‘폭탄주’ 등 폭음을 묘사한 장면이 가장 많았고,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들어간 영상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접근이 제한된 건 겨우 0.3% 수준이었죠.

인터넷 방송은 정보통신 심의규정이 있으나 유튜브의 경우 해외 사업자여서 음주 방송에 대한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인데요. 계속된 술방이 다수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만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의 기준 마련과 규정화 등 제도적 제재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자유로운 음주문화…우려의 시선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음주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9일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를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배승아(9) 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고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는데요.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죠.

친구들과 그저 인도를 걷던 9살 소녀가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은 끔찍한 사고에 ‘음주’에 대한 시선 또한 다르게 비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담배에 비해 술에 대한 사고가 유하다는 평가도 많은데요. 외에서는 광고를 통해 술이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주류 판매시간·장소, 음주 장소를 규제하는 곳도 많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맥주 한 캔과 소주 한잔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요. 국립암센터는 최근 전국 만 20~64세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에서 국민 33.6%만이 술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담배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이 88.5%인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죠.

실제로 술은 담배와 함께 WHO 산하 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에 대한 발암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분류한 1군 발암물질에 속합니다. 그러나 그 대우는 담배와 술이 천지 차이인데요. 담배와 같은 방송심의규정이 적용되고,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음주 행위 미화 표현 금지, 직·간접적 음주 권장 또는 유도 금지 등의 광고 기준이 있으나 음주 장면은 단순 노출되고, 음주가 주제인 방송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하죠.

술방의 인기만큼이나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 겁니다.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그 ‘자유로움’이 무분별한 음주 관련 정보나 문화로 퍼질 ‘위험’ 또한 크기 때문이죠. 다양한 사회적 장치로 결코 미화되지 않을 안전한 술자리 환경과 문화로만 남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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