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입력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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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는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하룻밤을 보낼 때면 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 회사에 다니다 퇴사했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일하던 중 휴가를 내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가능하다고 한다. 주 69시간 근무가 전제조건이다. 말만 들으면 그럴싸하다. 주 52시간 근무를 유연하게 바꿔 바쁠 땐 근무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일한 시간을 저축하도록 만들고 장기휴가도 가능해진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몰아서 일한 후, 저축한 휴가에 연차를 붙여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할 수 있다.

노동 현장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 대부분 노동자는 연차도 눈치 보며 쓴다. 노동시간을 저축하는 개념은 터무니없다. 쉬는 꼴 못 보는 직장 상사는 몰아서 일해도 저축 못 하게 눈치 줄 게 분명하다. 바쁠 때 힘들게 일하고 쉴 때 쉬자는 취지와 달리 바쁠 때 힘들게 일해도 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합법적으로 힘들게 일하는 상황만 마련해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줄곧 노동계와 손발이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쳐왔다. 노조와의 대결에 몰두했고, 노란봉투법은 최후 수단으로 불리는 거부권을 쉽게 언급하며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덕분에 지지율이 오른 탓일까. 주 69시간 근무까지 꺼내 들었다.

기업을 위한 지원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기업이 힘을 받아 투자가 이뤄지면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을 이끄는 주체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필요한 정책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기업을 위한 정책이 쏟아질 때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주 69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제주도 한 달 살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몰아서 힘들게 일하고 쉬지도 못해 일을 그만두면 충분히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에 묻고 싶다. 도대체 이 정부에서 노동자는 누가 대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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