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간부는 “사표 써”, 회사는 침묵…대법 “일방적 해고”

입력 2023-02-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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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간부의 ‘사표 쓰라’는 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회사가 방치했다면, 이는 묵시적으로 해고를 인정한 일방적인 해고 조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버스기사 A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불인정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2020년 1월 한 전세버스 회사에 입사한 A 씨는 주어진 업무를 두 차례 무단으로 빼먹었다가 회사 관리팀장으로부터 “사표 쓰라”는 말을 들었다. A 씨는 관리팀장의 사표 언급이 반복되자 “해고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리팀장은 “그렇다”며 “사표 쓰고 가라”고 했다. A 씨는 이튿날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는 A 씨가 출근하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다가 3개월 뒤 그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자 뒤늦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면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 근무 독촉’을 통보했다.

1심과 2심은 관리팀장에게 해고 권한이 없고 “사표 쓰라”는 발언은 화를 내다 우발적으로 나온 말이라며 ‘부당 해고’라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었다.

대법원은 “회사가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 사유 등을 통지한 적이 없다”면서도 “서면 통지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의사 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해고는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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