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분양 혈세 매입, 국민이 봉인가

입력 2023-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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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한 건설사의 관계자를 만났을 때 일이다. 으레 하는 인사말과 함께 전년도 회사 실적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다. 유례없는 부동산 호황으로 다져진 실적이 기대되는 해였기에 그의 대답도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외였다. “너무나도 어렵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올라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주된 설명이었다. 한 달여가 지났을까 실적 발표가 이어졌고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이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룸과 동시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년 연속 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올해는 분양만 했다 하면 완판, 연일 신고가 행진을 달리던 지난해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180도 달라졌다. 고금리, 집값 내림세에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자 정부가 개입해 이를 매입해달라는 요구가 최근 건설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일정 부분 시장 개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위한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미분양 증가로 주택업체의 자금경색이 심화해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면 모든 경제가 흔들린다며 부동산 발(發) 금융위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건설사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대규모 미분양 사태 때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악성 미분양, 즉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기준 7518가구로 주택시장 호황기던 1년 전(7449가구)과 비슷하다. 악성 미분양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9년 3월(5만1796가구)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고분양가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역대 최고 분양가에 공급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해 단기간 완판할 경우 회사로부터 꾸지람을 듣는다”고 말할 정도다.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수억 원의 할인 분양을 내건 단지를 보고 있노라면 혀를 찰 노릇이다.

주장엔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뭘 해주길 바라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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