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입력 2023-02-1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보면 같은 사건을 놓고도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과 입장을 보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남편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산적에게 겁탈당한(혹은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와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주장하는 남편, 그리고 정당하게 결투를 벌여 여자를 차지했다는 산적의 주장이 서로 맞선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은 왜곡되거나 정당화되며 진실은 각자의 거친 주장으로 묻혀버린다.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인텔리 여성인 씨민은 딸을 잘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길 원하지만 남편 나데르는 치매 걸린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며 버티고 결국 둘은 별거에 들어간다. 나데르는 아버지를 돌볼 간병인 라지에를 고용하지만 그녀가 아버지를 방치하자 화가 나서 그녀를 해고한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임신했던 라지에의 뱃속 아기가 유산이 되고 화가 난 라지에의 남편이 나데르를 고소하면서 일은 일파만파, 재판에서 진실 공방이 이어진다.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사건으로 시작되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되지만 영화는 내내 밀도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부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외동딸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다. 주위의 인물들도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기 위해 기존 주장을 철회하기도 한다.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모두가 얽히고설킨 관계를 만들어낸다. 결국 나데르의 아버지는 죽지만 남아있는 가족, 이웃들 간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못한다.

영화는 이란의 풍습과 제도, 빈부 격차와 성차별에 관해 여러 사유를 하게 한다. 이란 최초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상업적 파괴력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영화’라는 영화제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는 낯선 나라의 색깔과 정체성을 엿보게 하는 좋은 도구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우리네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다. 아 참 그리고 이란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니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835,000
    • -0.08%
    • 이더리움
    • 4,533,000
    • -0.11%
    • 비트코인 캐시
    • 884,000
    • +3.94%
    • 리플
    • 3,030
    • -0.53%
    • 솔라나
    • 197,600
    • -0.25%
    • 에이다
    • 618
    • -0.64%
    • 트론
    • 430
    • +0.7%
    • 스텔라루멘
    • 359
    • -1.1%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520
    • +0.33%
    • 체인링크
    • 20,740
    • +2.12%
    • 샌드박스
    • 216
    • +3.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