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된 중국 정찰풍선…미·중 관계 다시 ‘냉랭’

입력 2023-02-05 15:04 수정 2023-02-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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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풍선 격추 후 잔해 수거
버스 3대 크기...알래스카서 미 본토까지 이동
F-22 스텔스기와 순양함 등 군자산 총동원
중국 “과잉반응” 반발…양국 관계 최악 향하는 것은 꺼려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시켰다. 영공 침범이라는 민감한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중 관계는 또다시 ‘냉각 모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자산을 동원해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풍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랭글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날 오후 2시 39분 고도 6만~6만5000피트(약 18~20km) 상공에 있던 풍선을 AIM-9 공대공미사일 한 발로 격추했다. 풍선 크기는 스쿨버스 3대 크기에 달한다. 바다에서는 해군 구축함과 순양함, 상륙선거함 등이 잔해 수거에 나섰다.

논란이 된 중국 풍선이 처음 미국 영토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알래스카주에서 처음 발견한 이후 알래스카 북부를 가로질러 같은 달 30일 캐나다 북서쪽으로 진입했다. 그다음 날 미국 아이다호에 이어 이달 1일 몬태나 상공에 진입했다. 몬태나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다. 미국 정부는 풍선이 몬태나주 상공에 도달했을 때 격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풍선 잔해에 따른 지상 피해를 우려해 계획을 접었다. 결국, 국방부는 해상으로 이동할 때 격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

▲중국 정찰풍선이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변에서 미군 전투기의 공격에 추락하고 있다. 서프사이드(미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찰풍선이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변에서 미군 전투기의 공격에 추락하고 있다. 서프사이드(미국)/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풍선 격추 소동으로 간신히 개선 기미가 보였던 양국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정찰풍선을 더 빨리 격추하지 않아 국가안보 위협을 방치했다며 바이든 정부를 질타했다. 의회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대(對)중 강경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을 계기로 대화에 나서려는 외교적 노력을 이어왔다. 올해 초까지 안보와 경제 담당 고위급 인사들이 제3국에서 만남을 이어왔으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은 미·중 관계 개선 모드의 상징적 의미로 여겨졌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전날 중국 풍선을 ‘정찰용’으로 규정하고 5~6일로 예정됐던 방중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중 계획 취소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비행은 무책임한 행위이자 우리의 주권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기상관측에 주로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 통제력을 상실해 미국 영공에 진입한 것일 뿐 정찰용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성명에서 “불가항력으로 미국 영공에 진입한 민수용 풍선에 무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명한다”면서 “명백한 과잉반응이며 국제 관행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향해 “냉정하고 전문적이며 자제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중국의 주장대로 해당 풍선이 기상관측이나 연구용 풍선일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안보 및 항공 우주 전문가들은 해당 풍선이 기상 예보, 통신·과학 연구를 위해 주요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고고도 풍선과 같은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잔해 수거 후 최종 확인까지는 관련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추정이 맞다면 잔해에는 풍선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전송하기 위한 통신 장비나 카메라가 있을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사건은 1960년 구소련이 영공을 비행하고 있던 미국의 U2 정찰기를 격추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격추 이후 예정됐던 미·소 정상회담은 중단됐고 2년 후에는 핵전쟁 직전까지 이른 쿠바 사태가 터졌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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