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전 끊기는 벤처업계…경기 역행적 정책이 필요하다

입력 2023-01-06 06:00 수정 2023-01-0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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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벤처’는 아픈 경제사 속에서 태동했다. 1997년 외환위기, 거대 기업들이 처절하게 쓰러지고, 중소기업 부도가 들불처럼 번지던 시절 벤처기업이 육성됐다. 줄도산과 혹독한 구조조정에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지자 실업대란을 막을 고용안정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인수위원회는 소프트웨어 정보통신벤처기업 육성으로 44만 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예비과제로 세우기도 했다. ‘벤처기업=실업자를 담을 그릇’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키울 제도나 정책은 전무했다. 정부 관계자들마저 벤처와 엔젤투자(개인투자)의 의미를 서로 묻던 시절이다. 부랴부랴 1997년 8월 벤처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벤처기업 확인제를 도입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에 벤처업계는 1999~2000년 첫 벤처붐의 호황을 누린다.

르네상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치솟던 주가 버블이 붕괴되면서 묻지마투자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몰락했다. 업계는 긴 빙하기에 들어갔다. 2000년(벤처투자규모 약 2조 원) 이후 완전히 얼어붙었던 투심이 녹기까지 무려 15년(2015년 2조858억 원)이 걸렸다. 투자규모는 2020년 4조3000억 원, 2021년 7조7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두번째 벤처 붐이다.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40% 가까이 삭감한 것을 두고 업계는 심각하게 우려한다. 급전이 끊긴 벤처기업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손을 놓는 순간 벤처투자는 끝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정부의 마중물이 없으면 민간의 돈줄이 모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벤처투자규모는 1조2000억 원으로 1분기(2조2000억 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투자절벽이 현실화 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의 시작은 경제 붕괴를 막을 계책에 불과했지만 이제 국가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엔진으로 성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벤처생태계를 구현하겠다고 한 건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핵심 예산이 줄어드는 건 모순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에 역행하는 정책과 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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