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의 해시견문(海市見聞)] 글로벌 비즈니스의 손자병법

입력 2023-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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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전 세계 3분의 1이 경기위축을 겪을 것이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국제통화기금(IMF), 2022년 10월)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2년 11월) 올해 세계경제 환경을 전망하면서 제시된 경고이자 키워드이다. 우리는 보통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새해를 맞이하는데, 국내외 전망을 보면 올해엔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려울 것 같다.

작년 세계경제를 돌아보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된 한 해였다. 중요 원자재까지 공급망 위기는 더 심화되고 에너지·식량자원 가격이 폭등해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덮쳤다. 인플레를 잡으려 미국 연준(Fed)을 필두로 거의 모든 나라 중앙은행들이 예닐곱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이 과정에서 ‘킹달러(King Dollar)’로 불릴 정도로 달러 강세가 1년 내내 계속되었다. 중국에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생산·소비가 위축되고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쳐 성장률이 3%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렇듯 고물가·고금리·강달러와 중국경제 침체로 요약되는 세계경제 악화로 기업·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주식투자자까지 착잡하게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도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니….

도대체 새해 상황이 어떻길래? 전문기관들의 예측을 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대 중후반까지, 교역량 증가율은 1% 내외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작년에 이뤄진 금융긴축의 장기화, OPEC+의 감산에 따른 고유가 지속, 지정학적 위기 확산 등 하방(下方) 리스크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통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인플레감축법이나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안처럼 자체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주요국들의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고,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우방(友邦)들과만 공급망을 공유하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한층 심화될 것이다. 또 EU의 철강 등 6개 품목에 대한 탄소국경세 도입, 환경·인권 차원의 공급망 실사지침처럼 그동안 주로 금융부문에 국한됐던 ESG(환경보호·사회적책임·투명지배구조)가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전반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알다시피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바깥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우리 경제의 전망도 어둡다. 작년에 6% 증가했던 수출이 올해엔 마이너스 4~5%로, 경제성장률은 1% 중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곧 겨울이 물러가지만, 우리 경제와 기업 활동에는 이제부터가 힘든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런 세계경제 환경 변화가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노심초사하며 새해를 맞이했으리라.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오랫동안 기업 비즈니스를 지원했던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위기일수록 기본이 중요한데,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즉 비즈니스 상대방과 우리 회사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려워진 새해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자세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거시적 차원(숲)에서 세계경제 동향과 환경규제·글로벌 가치사슬·ESG 등 규범의 변화와 함께, 미시적 차원(나무)에서 타깃시장의 정부정책·투자인센티브·수요의 변화, 새로운 상품·기술 출현, 유통·결제 방식의 변화, 경쟁기업들의 행태 등을 꼼꼼히 살펴 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데 해외 조직망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엔 이것이 말만큼 쉽지 않은데, 여러 지원기관들을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는 많은 자료와 정보가 축적돼 있고, 필요하다면 그 기관들에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해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편견 없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전에 어떤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특정 해외지역이나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던 분들이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중동에서는 왕자만 사귀면 비즈니스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다.’ ‘아프리카는 미개하고 가난하다.’ ‘인도 상인들은 못 믿을 거래 상대다’ 등…. 깨진 안경을 끼면 사물이 삐뚤어져 보이는 것처럼 편견을 갖고는 시장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무엇보다 이문화·다문화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와 여러 국가들 간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고, 현지인들이 터부시하는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는 절대 삼가야 한다.

셋째, 글로벌 마인드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닌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체 시장이 충분히 커서 자국인들만을 상대로 사업할 수 있다면 몰라도, 글로벌 비즈니스가 생존과 발전의 관건이 되는 우리에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핵심역량 등은 필수 불가결하다.

약 140년 전 구한말 개화사상가였던 유길준은 일본과 미국 유학을 통해서 당시 조선과는 너무 다른 근대화된 문명을 경험한다. 그래서 바깥세상의 현실을 알리고 근대화 방법을 소개하고자 서유견문(西遊見聞)을 남겼다. 이 칼럼도 기업들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한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올바른 접근을 통해 어려운 세계경제 환경의 가시밭길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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