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입력 2022-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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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상당히 끌었던 회의였다. FOMC 이전에 있었던,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관한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임박한 12월 FOMC부터 가능함을 시사했다. 그리고 FOMC 직전에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7.1%로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막바지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물가 안정의 개연성이 높아지면 물가 안정 이외 연준의 양대 책무 중 하나인 성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중단까지 어느 정도 힌트를 얻는 그런 FOMC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FOMC가 끝난 후 시장은 상당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9월의 1.2% 수준에서 크게 낮추며 0.5%로 예상했고, 기대를 모았던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9월의 내년 기준 3.1%에서 3.5%로 올려버렸다. 인플레이션 둔화 기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되레 물가 전망을 높이는 연준의 스탠스를 보면서 시장은 의아해했는데, 물가가 높은 수준을 더 오랜 기간 유지하는 만큼 연준의 최종 금리 목표치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4.6%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9월 전망을 넘어 이번에는 5.1%를 예상하고 있다.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금리는 더욱 더 높일 것으로 예상하는 연준을 바라보면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시장 참여자들은 상당한 실망감을 내비치며 연준이 시장을 오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연준은 왜 시장과는 사뭇 다른 전망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일까?

파월 의장은 11월 말 브루킹스 연구소 인터뷰에서 지금 물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뚜렷하게 드러낸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세 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나누는데 상품 물가,주택 관련 물가(임대료 등), 마지막으로 서비스 물가가 그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한 후 파월 의장은 상품 물가는 고점을 형성한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임대료의 경우 후행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당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내년이 되면 하락 전환하게 되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상품과 임대료 부문의 물가가 안정되어 인플레이션 안정의 교두보는 확보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봐야 할 것이 바로 서비스 물가다.

서비스 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금이다. 지금 미국의 노동시장은 이례적으로 뜨거운데, 실업률이 반세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구인 규모는 10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런 구인에 응할 수 있는 노동력은 60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채용이 가능한 노동자 1인당 1.8개의 일자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임금은 노동력의 대가, 즉 가격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데, 노동의 공급(노동력: 600만 명)이 노동의 수요(1000만 명)보다 적다면 노동의 가격, 즉 임금은 상승하게 된다. 실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뜨거운 노동시장을 대변하듯 임금 상승률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임금 상승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서비스 물가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은 상품 및 주택 관련 물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2%의 최종 물가 목표를 눈앞에 두고는 임금 상승률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9%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7%로 내려오는 것보다 4%까지 내려온 물가가 연준의 목표인 2%로 내려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임금 상승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연준이 지금 과연 물러날 수 있을까.

시장 참여자들은 고금리 고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고금리가 빠르게 종식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힐 때까지 지난 1970년대의 교훈을 생각하며 섣부르게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시장은 긴축 완화를 기대하고 연준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 둘의 생각의 괴리가 커지면서 만들어내는 동상이몽,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만들어낼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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