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으로 시작한 이재용 회장, 숨 가빴던 취임 한 달

입력 2022-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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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재확인…연말 인사 '뉴삼성' 비전 담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산 지역 협력사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이오선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산 지역 협력사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이오선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협력사를 찾은 이 회장은 최근 잇달아 방한한 글로벌 정계,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며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달 초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 정기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뉴삼성' 비전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취임식 후 협력사부터 챙겨…"동행 비전 핵심축"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며 회장직에 올랐다. 2014년 5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실질적인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회장은 취임 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의 1심 오전 속행 공판을 마치고 나온 뒤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다음 날 삼성전자와 28년간 거래한 광주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디케이를 방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상생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10일이 지난 이달 8일에는 부산에 있는 협력사 동아플레이팅으로 갔다. 이 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연이어 지방 협력사를 찾은 것은 동반성장을 핵심 경영 가치 중 하나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동행 비전은 뉴삼성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물급 인사들 연쇄 회동, 삼성 미래 사업 챙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티타임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티타임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이달 17~18일 해외 VIP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삼성의 미래 사업을 챙겼다.

이 회장은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양국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비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동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정직 장비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ASML은 반도체 첨단 미세 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컨테이너박스 2대 크기의 EUV 장비 1대 가격이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지만 공급 물량이 연간 40여 대로 제한적인 만큼 삼성전자와 함께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내년 출하 예정인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NA EUV’는 연간 생산량이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당 가격은 약 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18일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났다. 산체스 총리는 이 회장에게 스페인 내 반도체 공장 설립 투자를 요청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저녁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재한 차담회에 참석해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0조 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사업과 관련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5Gㆍ6G, 사물인터넷(IoT) 기술력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ㆍ가전전시회인 CES 2023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말 사장단 인사 관심 집중…지배구조 개편 남은 과제

이 회장이 다음 달 초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한종희ㆍ경계현 투톱 체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김기남(DS부문)·고동진(IM부문)·김현석(CE부문)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10년간 유지해왔던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디바이스솔루션(DS) 등 3개 부문도 DX(CE·IM), DS 2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DX부문장에 한 부회장, DS부문장에 경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비서조직 신설 등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배구조 개편도 뉴삼성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1.63%에 불과해 외국의 헤지펀드 등의 약탈적 경영권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이 20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의무적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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