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에뛰드·이니스프리 화장품 매장 음악, 공연권료 내야"

입력 2022-11-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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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에뛰드ㆍ이니스프리, 공연권 침해" 주장
대형마트ㆍ백화점 '공연권료' 납부…2018년 커피전문점 등 추가
화장품업 징수규정 無…법원, 커피전문점 면적별 기준금액 적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모레퍼시픽을 모기업으로 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두 회사가 매장에서 음악을 재생한 것이 공연권을 침해했다며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공연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유통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협회가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모두 일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정권 부장판사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에 각각 약 371만 원, 약 588만 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협회는 2008년 11월 매장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A, B 회사와 음악저작물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각각 2010년 3월과 11월 A, B와 매장에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A, B는 두 회사가 요청한 선곡 기준에 따라 매장 분위기, 계절, 시간 등에 부합한 음악을 편성해 매장으로 '공중송신'하고 매장당 매월 일정액을 받았다.

(출처=에뛰드 페이스북 캡처)
(출처=에뛰드 페이스북 캡처)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음악 공연권료' 적용 범위 확대

매장 음악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공연권'이 해결되진 않는다.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개정안에 따라 카페나 생맥주 전문점, 헬스클럽 등은 2018년 8월부터 돈을 내고 구매한 음원도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재생하면 공연권료를 내야 한다. 공연권은 저작자의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공연권료는 업종과 면적에 따라 다르다.

협회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가 불특정 고객을 상대로 화장품 등을 판매하면서 디지털 형태 음원을 재생하는 것은 '공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각각 약 8600만 원, 약 1억3652만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화장품 매장에서 재생한 음악도 공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정권 판사는 "피고(에뛰드ㆍ이니스프리)나 피고 매장 운영자가 원고(협회)로부터 공연에 관한 이용 허락을 받은 바 없는 이상 원고가 신탁받아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피고 매장에서 재생한 행위는 원고 공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그간 협회가 매장 내 음악 서비스 이용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A, B 회사로부터 음원을 전송받아 매장에서 공연하는 것 외에 다른 서비스를 상정하지 않았고, 계약을 체결한 후 오랜 기간 사용내역을 포함해 매장 수와 월 사용료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보고받았다고 맞섰다. 협회가 관련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아무런 이의 없이 사용료를 받았다는 것이 주요 논지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저작권법에 따르면 공중송신과 공연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며 "공중송신 이용을 허락받았더라도 공연에 대해서는 별도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협회가 공연행위를 묵시적으로 허락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가 권리를 남용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이니스프리 페이스북 캡처)
(출처=이니스프리 페이스북 캡처)

징수규정에 화장품업 無…커피전문점 기준 적용

다만 재판부는 협회가 청구한 부당이득금을 대폭 감액했다. 징수규정 개정안에 카페나 생맥주 전문점 등은 있지만 화장품 업종에 대한 공연사용료 징수 근거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징수규정에 적시된 '커피 전문점 등'에 대한 면적별 기준금액을 적용한 뒤 화장품 업계 특수성을 고려해 사용료를 산정했다.

협회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가 각각 2010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8600만 원, 2010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1억3652만 원의 공연사용료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커피 전문점 등' 면적별 기준금액에 따라 각각 2475만 원, 3924만 원가량으로 산정한 뒤 추가로 감액했다.

이 판사는 "화장품 매장은 고객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매장 내에서 고객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비율도 협소해 공연권 침해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장품 매장이라는 업종 특성과 매장 공연으로 피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 정도를 반영해 85%를 감액한 부당이득금을 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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