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조선업, 남은 사람이 더 일하자?”

입력 2022-11-02 16:56 수정 2022-11-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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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완화' 놓고 조선업 갑론을박

인력난 조선업계, 특별연장근로가 해법?
"연장 근무보다 고용" vs "동시 작업인력 한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특별연장근로 가용 기간을 늘리는 등 정부의 주 52시간제 완화 기조에 대해 조선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조선 분야에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180일로 한시 확대하고 외국인 인력을 집중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2일 본지가 입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근 3년간 연도별 조선업종 특별연장근로 인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91.9%, 2021년 86.1%, 2022년 8월 말 기준 89.8% 등의 높은 인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우회하는 방법으로는 유연근로제, 특별연장근로 등이 있다. 이중 특별연장근로가 많이 쓰이는 실정”이라며 “신청만 하면 다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장에선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주 52시간제 완화 기조에 대해 조선업계와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현재 수주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부분이 있다. 현장 현실에 맞게끔 적용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B씨는 “52시간을 맞추는 것에서 협력사들이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52시간제의 원래 의도는 워라밸을 상승시키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두가지 다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는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한테 일을 안 시키는 대신에 추가 고용을 해야 하는데, 추가 고용으로 이어지기엔 회사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현장만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우리나라로선 장기적으로 52시간제의 방향이 맞지만, 산업 특성상 우리나라는 아직 제조업 강국이고 바로 52시간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대해 도입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조선업의 경우 문제점이 점점 더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 C씨 역시 “예전에는 10척이 동시에 건조됐다면, 지금은 20척이 동시에 건조되는 가운데 근로자가 모자란다고 인력을 왕창 투입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예를 들어, 100명에서 150명 정도가 배 한 척에 올라가 일하는데, 인력이 모자란다고 배 한 척에 300명~400명을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한편으로는 인건비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납기를 못 맞추는 게 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인건비를 부담하는 게 낫다”며 “기본적으로 시간이 늘어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할 조선사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찬성 측 "주 52시간제 인력난 심화 노동시간 늘려 납기일 맞춰야"
반대 측 "노동의 질 낮추는 단기처방 고용 확대 통해 실업자 줄여야

52시간제 완화 기조에 반대하는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큰 원칙은 변함없다. 조선사들이 인력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법을 도출하려고 하지 않고 단기처방에 그치는 점이 문제다. 노동 시간을 늘리고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있는 사람을 일 더 시키자’, ‘이주노동력을 값싸게 들여오자’ 등의 방식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 조선업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 있다는 것을 회사들도 알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자꾸 해법에 관해서는 단기 처방에 그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맞지, 지금의 해법으로는 과잉노동을 늘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스웨덴이 2009년 자동차 불황에 빠졌을 당시 금속노조와 제조업 협회가 위기 협약을 맺었다. 경기불황이라 하더라도 임금의 80% 이하를 깎지 않고, 최소 20%만 줄인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12% 깎고, 사업주가 8% 삭감분을 보존해줬다. 이는 한번 산업이 망가지면 근로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숙련공 하나를 만들기 힘든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산업 사이클상 장기 불황이 아닌 경기순환적 불황이라면 고용해지를 통해 실업자 만드는 것보다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 유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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