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요양원 입소

입력 2022-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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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습니다. 요양원에서 요구하는 전염성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입소할 수 있는 거군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프면 여기로 뛰어오곤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겠네요. 참 고마웠습니다.”

왜소한 체격의 할머니는 왼쪽 팔에 깁스를 한 채로 내게 인사를 했다.

요양원 입소를 위해 필요한 검사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 공동생활을 하게 되다 보니 결핵 등 전염성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드시는 분들은 그동안 어떤 약들을 드셨는지 소견서와 함께 전염성 질환이 없다는 진단서를 써 드리면 된다. 그러면 집을 떠나 요양원 입소가 가능하게 되는 거다.

이런 검사나 진단서, 소견서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홀로 오시지 않는다. 대부분 자식이 모시고 온다. 치매가 진행되어 여기가 집인지 병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휠체어에 타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들은 “계속 모시려 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가 없네요” 하면서 마치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은 표정이다.

왜소한 체격의 왼쪽 팔에 깁스를 한 할머니처럼 혼자 오셔서 요양원에 입소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분은 처음이었다.

“요양원은 절대 안 가려고 했어요. 내 집에서 끝까지 살아야지 했어요. 그런데 지난번에 대상포진에 걸리고 이번에 넘어져 팔이 부러지고 나니 이렇게 혼자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답니다.”

그러고는 혼자서 여러 요양원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멀리 지방에 사는 자식들에게 괜한 심적 부담감을 주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요양원을 방문하고 보니 깨끗하고 좋은 곳이 많더라고요. 이제 거기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려고요.”

2008년 노인 장기요양보호 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 노인들을 위한 여러 돌봄 제도들이 마련되었다. 집에서 방문 요양을 받기 위해 의사의 진단서를 떼러 오시는 분도 많고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낮 돌봄을 받는 분들도 많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족들의 돌봄이 여의찮거나 한계가 있어 국가와 공동체의 돌봄이 필요해진 시대이다. 대부분 어르신은 집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 하신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요양원 입소가 필요하다. 전국에 요양원은 4000개가 있다고 한다. 입소하고 나서 자식들이 여기에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자식들도 현대판 고려장을 한 것이 아닌지 죄책감에 빠질 수도 있다. 홀로 요양원을 알아보시고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며 스스로 입소를 결정한 할머니를 보며 이제 요양원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족들과 사전에 많은 상의를 하고 직접 요양원을 찾아가 일일 체험 등을 한 어르신들이 요양원 생활 적응도 잘하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요양원이 집과 같은 곳이라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스스로 환경을 바꾸고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작은 체구에 좌측 팔에 깁스를 한 할머니의 인사에 나도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남은 삶을 준비하는 모습은 경외롭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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