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발주처 상대 '적반하장 소송' 늘어

입력 2009-03-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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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로비의혹·임찰가 담합 등 제제 받고 불복 소송 증가 추세

정부가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판 '뉴딜'을 선포하며 공공수주 물량을 대거 꺼내놓은 가운데 발주처인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건설사들의 소송이 줄잇고 있다.

'힘없는' 하도급 업체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겠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건설사들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은 대부분 공사대금 청구소송 등 발주처의 잘못으로 공사대금이 늘어난 경우 이를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이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로는 '적반하장'격 소송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소송은 대부분이 제재를 피하려는 시간끌기용 소송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어 건설업계의 모럴 헤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건설은 전북 김제시 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 낙찰자 결정과 관련해 조달청을 상대로 낙찰자 지위보전 및 재심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SK건설측은 이 사업과 관련해 이미 최저가낙찰제 심사를 통과했지만 조달청이 낙찰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SK건설 측은 "정당한 방법으로 심사를 통과했음에도 조달청이 낙찰자 지위를 주지 않고 있다"며 소송 제기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SK건설의 적반하장 소송이라는 게 조달청과 업계의 지적이다.

낙찰자 결정 통보가 미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SK건설이 수주심의 때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때문이다. 그러나 SK건설은 심사위원 로비의혹을 부인하고 낙찰자 결정을 압박하는 소를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SK건설 뿐이 아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최저가 낙찰제가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이 입찰가 담합으로 제재를 받자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줄잇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지하철 7호선 연장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행위로 시정명령 등을 받은 과징금 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7월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7개 건설사에 대해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하수관거 BTL사업 입찰 담합을 적발하고, 총 3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적발 사실이 드러난 포스코건설에 대해 환경관리공단이 부정당업자로 지정, 경북 상주시 하수관거 BTL 참여를 막자 포스코건설은 곧장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은 법원에서 승리를 얻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포스코건설의 상주시 하수관거 BTL사업은 최근들어 굴착 폐토 부정 사용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좀더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들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질러 놓고도 강력한 '법무팀'을 동원, 면죄부를 얻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의 경우 상주시 하수관거 BTL사업 수주에서 담합행위가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결국 사업자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환경관리공단에 대한 승소를 통해 지난해 8월에는 원주시 하수관거 BTL사업도 수주를 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김제시 도로 공사 수주와 관련, 심사위원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SK건설도 시간 벌기용 소송을 통해 결국 부정당업자 지정을 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공공부문 수주 영업정지 제재를 받더라도 정부가 공공공사를 대거 발주하는 올해는 피하고 싶은 것이 SK건설의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실력있는 변호사는 물론 부장검사 출신 인력들까지 법무팀으로 영입해 '소송 전쟁' 채비를 갖추고 있다"며 "비도덕적인 입찰 비리를 저질러 제재를 받으면 소송을 걸어 승소하거나 시간을 버는 만큼 자칫 '힘'의 논리에 따라 입찰비리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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