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배추 얼마나 올랐길래 마트가 '여름 김장' 판촉하나요?

입력 2022-08-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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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파격적인(?) 판촉 행사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여름에 선보이는 '김장 재료' 할인 기획전입니다. 현재 시세 대비 30% 저렴한 가격으로 김장에 쓰이는 대표 재료인 절임배추(10㎏), 고추 제품인 햇 태양초를 사전 예약제로 선보이는 내용인데요. 가격은 절임배추(10㎏)가 3만9900원, 햇 태양초가 4만2900원입니다. 특히 절임배추의 경우 공정에 비용이 더 들어가 비싸지는데 생배추 가격에 맞췄다고 합니다. 행사기간 동안 미리 상품을 사겠다고 예약하면 이달 27일, 다음 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마트 매장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절임배추, 고추 기획전. (롯데마트)
▲절임배추, 고추 기획전. (롯데마트)

대형마트 중 '여름 김장' 기획전은 롯데마트가 최초이자 유일무이합니다. 통상 김장철이 11월 이후인 데다 한여름 복더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발빠른 움직임이죠. 고물가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미리부터 '金배추 대란'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게 마트 측 의도인데요. 병해, 장마로 배추 가격이 폭등하고 품질마저 평년보다 떨어져 '여름 김장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기획했다는 겁니다. 특히 절임배추는 안 좋은 부분을 잘라내고 절이는 상품이라 품질도 좋다는 주장입니다.

아주 특이하기만 한 행보는 아닙니다. 배춧값이 심상찮기 때문이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간한 '엽근채소' 8월호를 보면 배추, 무 등 엽근채소류의 출하량이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죠. 이달 여름배추 생산량은 평년 대비 9.5% 감소해 가격이 10㎏당 평년의 1만2680원 대비 60%가량 높은 2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뛰었죠. 9월 출하량 역시 평년대비 7.3%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쌈배추 경작지에서 쌈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뉴시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쌈배추 경작지에서 쌈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여름에 심어서 자란 배추가 과연 맛이 있겠냐는 거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봉희 엽근관측센터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배추는 씨로 심는 게 아니라 보통 얼마간 키운 뒤 60일 이후에 판매합니다. 가령 9월 말~10월초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구매하는 배추는 7월 하순~8월 상중순에 심어진 것들이죠. 롯데마트가 이번에 내놓는 절임배추들은 이달 말~내달 초에 살 수 있으니 대략 언제 심어진 것인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롯데마트는 "그래도 우리 여름배추는 맛있다"라는 입장입니다. 우선 수급 문제를 볼까요. 사전기획을 해서 저장해놓은 물량이 충분하고, 배추는 일년 내내 연중 꾸준히 심고 수확되는 작물이라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이번 제품은 서늘한 강원도 고랭지에서 자랐기에 생배추로서 맛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특히 절임배추이기 때문에 동일한 공정이 들어가 김장철 배추와 맛이 다르지 않다고 하네요.

'사전 예약제'를 띄운 만큼 김장 수요를 미리 파악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국내 김장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김장 의향 및 김장채소류 수급 전망'에 따르면 김장을 직전연도보다 더 많이 담글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2.2%에 불과했죠. 그러다 보니 재고를 관리해야하는 마트 입장에선 김장 수요예측에 대한 니즈가 있는 셈인 거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투데이DB)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투데이DB)

맛, 품질 등 이런저런 우려(?)를 뒤로 하고 이례적인 기획전이 나오는 건 매년 반복되는 '김장 대란'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배추가격을 결정짓는 주요소는 재배 면적인데, 이건 심는 사람 마음인 거죠. 직전연도에 손해를 봤으면 덜 심고, 이득을 봤으면 더 심는 것이 사람심리겠죠? 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면 연일 폭염이죠. 또하나 핵심 요소인 '기상 조건'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기에 금배추인지, 동배추인지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결국 金배추, 金치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의 공통숙제이기도 한 기후 위기와도 맞물려 있는 문제인 거죠. 당장 고물가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우리 지갑이 '텅장'이 되는 것도 모자라 우리의 입맛과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입니다. 롯데마트의 '여름 김장' 기획전은 분명 '텅장' 되살리기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지갑을 열기 전 점점 더워지는 우리 지구환경을 잠시만이라도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지, 저만의 지나친 바람은 아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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