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니 뭐 웃자고 하는 얘긴데

입력 2022-08-04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벼리 정치경제부 기자

"아니, 뭐. 웃자고 하는 얘긴데……."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업계 관계자들에게 고통분담 얘기를 하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혼자 중얼거린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다.

행사 시작 전 간담회장에 도착한 이 의원은 "정유 4사를 합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이 얼추 10조 원을 넘던데"라고 운을 뗀 뒤 "내부적으로 (고통 분담 방안을) 논의하고 있냐", "입구에 있는 용혜인 의원은 회의 때마다 횡재세를 도입하라고 난리"라며 말을 이어갔다.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무표정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머쓱해졌는지 '농담'이라며 얘기를 끝낸 것이다.

횡재세란 말 그대로 운 좋게 얻은 이익을 세금으로 걷어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다. 최근 고유가 국면에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이익의 일부를 민생 고통 극복에 쓰자는 취지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자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민생 정당'임을 강조하는 민주당도 최근 고통 분담 카드를 자꾸 꺼내고 있지만 이 논의는 결국 해프닝성 '농담'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횡재세에 대한 민주당의 소극적 자세다. 자칫 법을 내세워 기업에 세금을 거뒀다간 '기업 팔 비틀기'라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횡재세를 언급하면서도 늘 자발적 기금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유사들이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한 것을 예로 들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정부에서 강하게 압박을 했지만 지금 정부는 반대로 소극적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그리 큰 힘은 없다.

결국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 텅 빈 제스처로 끝나는 분위기다. 놀랄 일도 아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아주 오래된 농담'은 예나 지금이나 여의도에 가득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다 굽자→다 얼자⋯'퍼스널 컬러' 공식 뒤흔든 한마디 [솔드아웃]
  • 150조 '국민성장펀드' 출범…민관 손잡고 첨단전략산업 키운다
  • 숨 고르더니 다시 뛰었다… 규제 비웃듯 오른 아파트들
  • 연봉 2억 받으며 '혈세 관광'…나랏돈으로 즐긴 신보·예보
  • 통일교 의혹에 李 내각 첫 낙마…신속 대응에도 '후폭풍' 우려
  • 포브스 ‘세계 여성파워 100인’에 이부진·최수연 등 선정
  • 광주 공공도서관 공사장 매몰 사고…정청래, 양부남 현지 급파
  • 오늘의 상승종목

  • 12.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885,000
    • +0.35%
    • 이더리움
    • 4,829,000
    • -3.38%
    • 비트코인 캐시
    • 849,000
    • -0.35%
    • 리플
    • 3,032
    • -1.08%
    • 솔라나
    • 203,400
    • -0.83%
    • 에이다
    • 632
    • -8.01%
    • 트론
    • 417
    • +0.24%
    • 스텔라루멘
    • 365
    • -3.18%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040
    • -0.3%
    • 체인링크
    • 20,930
    • -2.1%
    • 샌드박스
    • 206
    • -5.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