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성장세 꺾이는 세계 벤처투자와 빅테크 기업

입력 2022-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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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올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4조 원대를 돌파했다. 올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실적은 4조61억 원으로 종전 역대 최대인 2021년 상반기(1~6월) 대비 24.3% 증가했다. 지난주(7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다. 또한 올해 1분기 중 펀드결성은 종전 1분기 최고치인 2조6612억 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 중에도 해당 분기 역대 최대실적인 1조7732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통계는 국내 벤처업계의 밝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올해 1분기 벤처 투자에 비해 2분기 투자가 소폭 감소한 데다 펀드결성도 1분기와 2분기의 격차가 커졌다는 점은 벤처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스타트업 자금조달 상황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2분기 중 세계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1085억 달러(약 140조 원)로 1분기(1~3월)에 비해 23% 줄었다. 2분기 연속 20%대 감소율이다. 감소 폭으로는 지난 10년 만에 두 번째로 크다. 바야흐로 세계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중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인원 삭감에 나선 스타트업들도 있다. 세계적으로 윤택한 자금 덕을 보았던 스타트업들의 경영이 미국과 유럽 등의 긴축 정책으로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꺼번에 1억 달러 이상을 증자 등으로 조달하는 메가라운드도 1분기에 비해 31% 줄어든 505억 달러에 불과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미상장 기업인 유니콘의 탄생도 2분기 85개로 6분기 만에 100개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스타트업 투자는 이익 확보보다 미래 성장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의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위기 등에 의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의 조류가 바뀌면서 신흥 기업에 대한 투자의 풍향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가들이 수익성을 명확하게 중시해 선별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큐베이터(창업지원회사)들은 향후 24개월 동안 새로운 자금 조달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빅테크(거대 IT기업) 기업들의 2분기(4~6월) 결산 실적도 벤처업계의 향후 전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GAFAM’으로 불리는 5개 대형 기업의 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동반 제자리걸음을 하던 2016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예컨대 애플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829억5900만 달러(약 110조3000억 원), 순이익은 11% 감소한 194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7분기 만의 이익 감소(減益)이다.

코로나19 사태로 PC, 온라인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 등의 이용이 확산된 ‘특수’로부터의 반동이라는 요인이 크지만, 중장기 성장력에 변조(變調)의 조짐도 보인다. 20~30%의 성장은 당연했던 미국 IT 대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SNS 최대기업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2분기에 2012년 상장 이래 첫 수익 감소(減收)를 기록했다. 기업 광고비의 억제와 경쟁 격화의 영향을 회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메타는 경기에 관계없이 20~60%의 고성장을 계속해 왔지만 이미 그 단계를 지났다는 평가다.

인터넷 광고시장은 전체적으로 고성장이 계속되는 보급기가 끝나 향후 기업별, 분야별로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쇼핑몰 시장도 코로나19 사태로 고령자와 개도국까지 이용이 확산되면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아마존닷컴은 1997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한 자릿수 수익 증가(增收)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모두 성숙한 주축 사업에서 다음 성장원 육성으로 주포(主砲)를 돌리고 있다. 애플은 서비스, 아마존과 알파벳은 클라우드 기반을 키우고 있다. 그래도 기존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 관측이다.

벤처투자 역사가 긴 미국에서는 아마존닷컴, 구글, 테슬라 등 유력 테크 기업들이 인터넷주 거품 붕괴와 리먼 쇼크를 딛고 크게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 세계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빅테크와 벤처기업들이 경기불황의 전환기를 어떻게 넘는지 면밀히 살펴 대응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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