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부모급여가 최선인가?

입력 2022-07-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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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나라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운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면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핵심과제로 부모급여 도입과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아동을 출산한 부모들에게 12개월 동안 월 100만 원을 지급하고, 현행 12개월인 육아휴직은 최대 18개월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부모급여가 실제 시행된다 해도 바로 월 100만 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고, 월 70만 원 수준에서 점차 금액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 범위도 모든 부모들을 포괄할 것인지, 아니면 기초연금과 같이 고소득층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도의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하기에 앞서, 부모급여는 무엇을 목적으로 한 복지제도인지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장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는 예기치 못한 실직의 위험을 보장하는 것이고,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노후복지제도는 퇴직으로 인한 소득중단의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한 가정에 아동이 태어남으로 인해 소요되는 추가적인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적 목적을 가진다.

그렇다면 부모급여는 어떠한 사회적 위험을 보장하기 위함인가? 정부가 부모급여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출산 및 양육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소득 감소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이미 정착된 각종 부모휴가제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상당히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여성에게는 90일간의 출산휴가, 남성에게는 10일간의 배우자출산휴가를 유급으로 제공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12개월의 육아휴직이 각각 부여되는 상당히 선진적인 부모휴가제도를 가지고 있다. 육아휴직급여의 수준은 소득과 휴직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처음 3개월간 최대 월 300만 원(부부 합산 월 6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육아휴직기간이 길어지면 육아급여의 감소폭이 커져서 고소득 남성 근로자들이 장기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부모휴가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들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육아휴직은 고용보험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복지제도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혜택을 받는다. 자영업자, 전업주부, 실업자, 학생 등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있지 못한 부모들은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있고,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도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직장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한 수많은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역시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는 아마도 가뭄의 단비와 같을 것이다.

그러면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는 부모들은 부모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까? 고용보험 가입자들은 본인들이 사회보험료를 납부했기에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므로, 조세로 운영되는 부모급여와는 별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더욱이 고용보험 가입자를 부모급여에서 제외하는 것은 극심한 정치적 반발을 가져올 것이기에 정부나 여당으로서는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더욱이 부모휴가는 출산 후 12개월 동안 지급되지만, 육아휴직은 아동이 만 8세가 될 때까지 언제든 사용할 수 있기에 이 두 제도를 연동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부모급여의 도입이 시급하지만, 고용보험을 통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게 부모급여는 중복급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휴가와 관련된 급여들을 고용보험에서 분리해 부모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부모보험을 출범하는 것이다. 설익은 채로 부모급여를 출범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도는 무엇일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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