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여년 전 실패 따라가는 민주당

입력 2022-06-14 05:00 수정 2022-06-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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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국장대우 정치경제부장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원인은 차고도 넘친다. 입법 독주와 이재명 송영길의 명분 없는 출마, 성 비리 의혹, 선거 막판 불거진 지도부 내홍,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돌아선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민심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진영논리가 부른 참사였다.

여러 가지를 나열했지만 본질은 망각증이다. 실패한 교훈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이다. 10여 년 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울삼았다면 5년 만에 정권을 내주는 일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실패는 본질적으로 열린우리당 실패와 닮았다. 입법독주와 오만함으로 민심을 잃어 선거서 연전연패한 뒤 계파 갈등 속에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데자뷔다.

과반의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는 판박이다. 민주당은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과반의석을 얻었다. 선거 승리에 취한 민주당이 곧바로 매달린 건 그들만의 이념법안이었다.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의 처리에 사활을 걸었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인 물리적 충돌로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것도 그때였다.

민주당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야당을 무시한 채 180석의 의석을 앞세워 법안 단독 처리를 밥 먹 듯했다. 임대차 3법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도 야당과 타협 없이 밀어붙였다. 대선 패배로 정권을 뺏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라는 무리수까지 뒀다. 문재인 정권 임기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팬덤정치와 오만한 자세도 그대로다. 열린우리당은 친노 강성지지자들과 연대했다. 야당은 협상 파트너가 아닌 청산 대상이었다. 타협이 될 리 만무했다. 정치는 실종됐다. 일부 의원의 막말과 거친 표현이 촉발한 ‘싸가지’ 논란은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내릴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민심이반을 부른 결정타였다.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성 지지자들에 휘둘렸다. 이들은 문자폭탄으로 당내 반대여론을 잠재웠다. 합리론자들이 설 공간은 없었다. 대선 패배 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나온 배경이다. 졌잘싸는 오만함을 상징적으로 대변한 용어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데 대한 뼈저린 반성이 나와도 모자랄 판에 자기합리화를 해버린 것이다. 대선 패배 장본인들이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비상식적인 결정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대여론이 20%나 높았는데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건 오만의 극치였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도 닮은꼴이다. 열린우리당은 내홍의 산물이었다. 당 개혁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백바지(개혁)-난닝구(실용) 논쟁’으로 이어졌고 두 세력은 결국 갈라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탈당해 만든 게 열린우리당이었다. 우리당은 친노 세력과 비노파가 사사건건 충돌했다. 민주당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대선전에 친문(친문재인)세력과 비문세력이 정면충돌했다. 이재명 이낙연 세력의 대립은 대선 후에도 진행형이다. 수박(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 논쟁의 밑바닥엔 ‘이재명 책임론’과 ‘이재명 역할론’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에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뼈를 깎는 자성은 엿볼 수 없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비대위에서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면면부터 그렇다. 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은 인적청산 대상인 586그룹 인사다. 그는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선거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굳이 임명 배경을 꼽으라면 총선 불출마 선언 정도일 것이다. 적어도 위기를 돌파해 낼 혁신카드와는 거리가 있다. 당의 기조에 쓴소리를 내온 인사들도 보이지 않는다. 급조한 두 달짜리 관리형 비대위에서 위기감은 묻어나지 않는다.

민주당의 행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약속부터 내팽개쳤다. 야당 몫인 만큼 전임 원내대표가 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라는 건 관행일 뿐 국회법에 그런 규정은 없다. 15대 국회 전반기까지는 여당이 독식하다 후반기에 야당으로 넘어가 19대까지 야당 몫이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여당으로 넘어갔다 후반기에 다시 야당 몫이 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그 자리가 야당 몫이 된 근본 취지는 여당의 입법 독주 방지였다. 114석의 여당인 국민의힘은 독주는커녕 독주를 막을 힘조차 없다. 169석의 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는 게 관행상 맞다. 입법 독주의 오만으로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한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잇단 선거 패배를 안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심에 역행하면 2년 뒤 총선 결과도 불을 보듯 뻔하다.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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