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손흥민 그리고 BTS

입력 2022-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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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요즘 어디를 가나 축구선수 손흥민과 아티스트 BTS 얘기뿐이다.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사건을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비유했다. 전무후무한 성과라는 뜻이다. BTS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사상 최초로 백악관 기자실에서 한국어로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했다.

이미 손흥민과 BTS는 아시아 최초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그 둘에 필적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뮤지션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역대 아시아 최고를 논할 때도 이제 손흥민과 BTS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이 못한 국민 통합을 손흥민과 BTS가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든 언론이 손흥민의 경이적인 기록과 BTS의 백악관 방문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2조 원에 육박한다고 평가했고, 그보다 2년 전인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5년간 BTS의 파급효과는 56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손흥민과 BTS의 파급효과는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손흥민과 BTS의 경이적인 기록과 발자취에 환호와 격려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차분히 그 둘에게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아시아 최초의 빌보드 싱글과 음반차트 석권 등에 취해 있는 것보다 그들이 어떻게 육성되어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랐는지 살펴봐야 한다.

손흥민의 성공 이면에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그의 아버지 손웅정의 개인 교육이 있다. 그는 국내 학교 축구부들이 성적을 만들어내기 위한 단순 소모품으로 우수한 자질의 유소년 인재들을 활용하는 점에 불만을 품었다. 그 후, 그는 개별 교육을 통해 손흥민이 기본기에 탄탄하면서도 창의성에 능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우리나라 축구는 항상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훈련보다 성과 위주의 기계적 훈련을 강조해왔다.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측면을 돌파하고 키 큰 선수에게 헤딩을 전담하는 분업 훈련, 체력 강화에 앞서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며 운동장을 쉴 틈 없이 뛰게 했던 연습은 부상을 낳았고 수많은 인재들이 국내를 떠나 해외로 가게 만들었다.

BTS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획사들이 안무와 랩 연습을 무한 반복시키며 똑같은 아이돌을 양산한 데 비해 BTS의 기획사 하이브는 정해진 콘셉트 없이 멤버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들이 말하고 싶은 표현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였다. 당시 상당수 기획사들이 전형적인 아이돌 성공 방정식이 있다며 그 방식을 주입한 것과 대비된다.

하이브의 김성현 디렉터는 BTS는 끊임없이 억압과 강요된 틀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기계적인 훈육 방식의 연습에서 벗어났기에 음악 산업의 일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주입식 트레이닝이 아닌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 방점을 두었기에 BTS는 세계적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피나는 연습생 시절부터 손흥민과 BTS는 기본기를 강화하면서도 기계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는 축구, 생각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축구와 노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어와 아티스트를 육성해야겠다는 지도 방식이 지금의 손흥민과 BTS를 만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거둔 후 국내 유소년 축구 교육이 전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달라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화로 글로벌 아티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는 음악평론가들의 지적에도 여전히 국내 기획사는 동일한 아이돌을 찍어내고 있다.

국내 교육 현실도 다르지 않다. 상당수 교실과 강의실에서는 오늘도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데 그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학습한 개념의 한계가 무엇인지 학생들과 교사가 토론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해당 개념이 중요하니 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흥민과 BTS가 이런 교육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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