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유언 이후 말조심 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2-06-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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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을 하면 이제 내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유언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할 수 있고, 내용을 바꿀 수도 있으므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유언 철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새로운 유언장을 써서 앞서 한 유언을 철회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새로 유언을 하면서 “이전에 한 유언은 철회한다”라고 쓰고 새로운 내용의 유언을 하는 것이다. 앞서 한 유언 전부를 철회할 수도 있고, 일부 내용만 철회할 수도 있다. 앞서 한 유언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었더라도 유언을 철회할 때는 자필증서 같은 방식에 의한 유언으로도 가능하다.

새로 유언을 하면서 “이전에 한 유언은 철회한다”라고 쓰지 않더라도, 뒤에 한 유언의 내용과 앞서 한 유언의 내용이 서로 모순된다면 앞서 한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유언자가 앞서 한 유언에는 A 부동산을 장남에게 주겠다고 했는데, 뒤에 한 유언에는 차남에게 주겠다고 한 경우, 장남에게 주겠다고 한 앞서 한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처리한다. 유언자의 의사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뒤에 한 유언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처리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유언자가 유언 내용과 모순된 행동을 한다면 이렇게 모순된 내용의 유언도 철회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유언자가 A 부동산을 장남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한 다음 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경우, A 부동산을 장남에게 주겠다는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본다. A 부동산을 팔아버렸으므로 장남에게 줄 수도 없고, 유언자가 행동을 통해 유언 철회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처럼 처리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유언이나 행동을 통해 유언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말이나 글을 통해 유언 철회를 하는 것도 가능할까. 예를 들면, 유언자가 A 부동산을 장남에게 주겠다고 유언을 하였는데, 이후 유언자가 차남과 식사를 하면서 A 부동산을 차남에게 주겠다고 했다면 장남에게 주겠다고 한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민법은 '생전행위'에 의해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생전행위'에 어느 범위까지 포함되는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처럼 단순히 유언 내용과 다른 말을 한 것만으로도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이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러한 방식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유언을 무효로 처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필 유언장의 경우 주소를 빠뜨리거나 날인을 누락하면 그 유언은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해도 무효다. 이처럼 유언에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유언자도 유언을 할 때 신중하고 정확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언을 할 때는 이와 같이 엄격한 방식에 의하도록 하면서, 단순히 밥 먹다가 한마디 한 것 가지고 유언을 철회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유언 철회를 다시 철회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말만으로도 유언 철회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가령 유언자가 A 부동산을 장남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한 이후 차남과 식사를 하면서 A 부동산을 차남에게 주겠다고 했고, 이 소식을 들은 장남이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자, 다시 장남에게 주겠다고 했다면 철회한 유언의 내용이 부활하게 되는데, 이러한 처리를 인정한다면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정한 민법 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유언 철회 방식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므로, 유언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나중에 유언 집행 관련해서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말조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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