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미국 베이비 붐 세대 은퇴,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은

입력 2022-06-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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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활동인구 줄면서 PER 떨어진다고? 저금리 타고 기술기업에 돈 몰렸다

지난 시간 1946~1964년에 태어난 약 7600만의 미국 베이비 붐 세대 은퇴가 부동산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들의 은퇴는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던 2011년 일군의 학자들은 인구 고령화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특히 주가수익배율(PER, Price to Earnings Ratio) 사이에 아주 강력한 연관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간단하게 말해, 젊은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시기에 경제성장의 활력이 떨어지며 주식시장의 기대수익이 악화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테니, 미국 증시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흥미로운 주장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림1]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활동인구(15~64세 인구)의 비중과 미국 주식시장 PER(10년 이동평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계기로 PER가 낮아진 징후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1960년대부터 1980년 전후까지 생산활동인구의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시기에 PER가 하락했고, 반대로 2005년 이후 생산활동인구 비중이 줄어들 때 PER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차입금리 낮아지며 기업 실적 개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2010년을 전후해 미국 증시의 PER가 상승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변수는 저금리 흐름이 장기화한 데 있다.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난 데다, 차입 금리가 낮아지며 기업 실적도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의 수혜는 기술주에 집중되었다. 경기가 침체되었다 회복되는 과정에서 임금 및 기계설비 가격이 떨어진 데다, 기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에 재빨리 새로운 분야에 침투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한 성장산업의 기업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 정책을 지속한 덕을 크게 보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로,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상태였음에도 2017년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트리플B 등급(BBB)부터 투자 적격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회사채 발행 당시 테슬라의 등급은 B-로 투자 부적격 등급에서도 낮은 편에 속했다. 물론 테슬라는 모델3의 대성공 속에 주식 가격이 급등했기에, 더 이상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또 주주들은 테슬라의 투자로 전기차가 이전보다 더 많이 팔리면 주가 상승으로 보답받으니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기 때문이다.

혹시 물가와 인구변화 사이에 연관은 없을까?

이 대목에서 “인구 감소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직관적으로 보기에, 젊은 노동력이 줄어들면 경제의 생산효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생산활동인구의 변화와 인플레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을 발견할 수 없다.

젊은 인구의 비중이 줄어드는데, 왜 인플레 압력이 약화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여건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보통신 혁명이 끊김 없이 지속된 데 있다. 1990년대를 고비로 본격화한 반도체와 개인용 컴퓨터, 그리고 통신시장의 변화는 경제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시작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경쟁의 법칙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무어의 법칙이란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반세기 전에 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2년마다 마이크로 칩의 저장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 또는 마이크로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24개월마다 대략 두 배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작동해왔다. 다르게 표현하면 반도체 칩을 만드는 생산의 효율이 매년 34.7%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어의 법칙, 길더의 법칙

강력한 성능을 내는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을 수리해 쓰기보다 새 제품을 사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결과 컴퓨터부터 시작해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소비재는 이제 가전제품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달도 경제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무어의 법칙과 대비되는 길더의 법칙(Gilder’s Law)에 따르면, 통신 대역폭은 무어의 법칙보다 3배 더 빨리 더 증가한다. 이와 같은 전송 능력의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저장하며 계산하는 것이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거대한 변화를 유발했다. 통신의 발달이 가져온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세계화였다. 중국이나 동유럽 등으로 거대기업의 공장이 끝없이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화상 대화를 언제든지 나눌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세계화 흐름이 중단되고,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1982년 이후 가장 강력한 인플레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혁명이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된다면, 인플레는 일시적인 충격만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시간에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중국의 인구구성 변화가 자산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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