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입력 2022-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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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현 퍼셉션 대표

매일 새로운 공간들이 얼굴을 내미는 성수동에서 일하다 보니 공간 경험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이 혼미하다. 그런데, 우리가 머무는 곳 중 가장 중요한 ‘집’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해 왔을까. 현실적인 문제로 주어진 곳에서 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가. 코로나 기간 대부분의 구성원이 재택근무를 하던 미국의 한 기업에서는 최근 오피스로 출근이 재개되면서 사상 초유의 퇴사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는 세금이 적은 도시나 주거환경이 더 좋은 외곽으로 집을 옮겼던 직원들이 직장 때문에 감수하며 살았던 답답한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시작된 일이다.

집이란 모델하우스처럼 덩그러니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집, 집과 집, 주변 환경과 자연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와도 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연결의 의미는 차치하고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바람과 상상도 잊은 채 현실과 씨름하며 매일을 산다. 일과 직장을 찾아 도시에서만 주거를 해결하려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조금 먼저 시작한 이들이 있는데 무인양품의 디렉터이기도 한 ‘하라켄야’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하우스비전’이다. 아시아 지역의 주거문제를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2011년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기업과 기관이 함께 연구한 결과를 전시의 형태로 제안해왔다. 하라켄야는 집을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 투영될 뿐만 아니라 기술과 산업이 모두 연결된 지점으로 바라보았는데 그간의 연구내용은 도쿄에서 2013년과 2016년에, 2018년에는 베이징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우스비전 코리아(https://house-vision.kr)는 2018년부터 시작해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으나 코로나와 여러 상황들로 이제야 실현되었다.

이번 주제는 ‘농(農)’이다. 예전의 논과 밭이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돕는 새로운 농업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전시품이 아닌 이후에도 실제로 사용될 진짜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5월 초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하우스비전 코리아는 농업문화복합공간을 꿈꾸는 충북 진천의 뤁스퀘어(https://rootsquare.co.kr)에서 만날 수 있었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만나CEA’가 파트너로 참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무척 작지만 매우 충분한 집,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집, 온실 속 스마트하게 자리 잡은 모듈주택, 식재료의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져 신선한 음식공급뿐 아니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레스토랑, 커다란 온실 안에서 식물도 문화도 사람도 자랄 것 같은 마을회관이 진화했을 법한 공간, 미래의 움막, 현관의 확장이 만드는 이웃과의 연결, 슬기로운 농촌 생활을 돕는 모빌리티 서비스 등 만든 이후에 점점 낡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숨 쉬며 살아있을 곳들이다.

어릴 적부터 산에서 사는 꿈을 꿨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산들바다가 아닌 복잡하고 분주한 도시에서만 답을 구했던 내게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 논밭에서의 삶은 어때?’라는 물음이 생겼다. 물론, 농촌의 삶이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할 리 없지만 어디에서 살든 각자의 힘듦은 다 존재하지 않는가. 종일 그곳에 머무르며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했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전시를 본 일순간의 감흥이었는지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곧 다시 찾을 날을 정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그래서 쉽지 않고 그래서 자꾸 미루게 된다. 집은 부동산이기 전에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곳이어야 하며 불안이 점점 심해지는 세상에서 위로와 회복이 가능해야 한다. 당장 아니더라도 내가 바라는 나의 집과 우리 동네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시작점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도시의 삶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맥락을 상상하고 싶다면 충북 진천으로 가보자. 6월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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