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우리는 지역발전을 위해 우주를 개발하기로 했다”

입력 2022-05-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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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우주시대의 비전을 제시한 인물을 뽑으라면 단연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다. 1957년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후 미국은 연이은 우주 로켓 발사 실패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1958년 미국항공자문회의(NACA)를 중심으로 군의 로켓 연구소를 통합하여 워싱턴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였지만, 미국의 항공우주 전략은 난항을 거듭했다. 소련과 정면으로 맞서서 거대한 위성을 발사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자는 제안, 더 대담하게는 영구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건설하자는 제안 등이 넘쳐났다. 그러나 1961년에 대통령에 취임한 케네디는 그보다 더 대담하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원했다. 결국 그는 취임한 지 석 달 만에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이 달 표면을 걷기를 바란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1962년 9월 유인우주선센터가 건립될 텍사스 휴스턴에서의 케네디 연설은 더 명확히 우주개발의 의미를 제시한다.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이유는 그 일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 그 목표가 우리가 가진 최고의 능력과 기술을 정비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도전을 미루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 달성할 것이다.”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과학지식이 필요했고, 달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다.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서 개발된 많은 기술은 미국의 첨단 산업으로 이어져 경제 발전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태양전지, 배터리, 휴대폰 카메라, 비접촉 온도계, 선글라스, 메모리폼, 형성합금, 정수기, 인공심장 등 많은 제품들이 우주 기술에서 나온 것들이었고 이는 미국이 세계 최초, 최고 기술을 보유한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데 기여했다. 나아가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방송, 기후 관측, 위치정보시스템(GPS) 등 많은 우주산업이 등장하고 우주시대를 열었다.

반면 소련은 로켓이라는 군사기술 달성이라는 목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우주산업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비전의 차이는 결국 늘어나는 국방비, 경제의 비효율성 누적으로 국가 붕괴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우주과학은 어떠한가? 통신과 관측위성 개발에는 성공하였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2030년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지고 있다. 우주에 관한 기구와 부처는 산재해 있고, 우주에 대한 비전은 모호하고, 국제 우주 프로그램 참여도 활발하지 않다. 결국 우주에 대한 국가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최근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고,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경남 사천 지역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하여 관련 산업의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적지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항공우주 비전과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고 과학기술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졸속이며, 국가의 미래 비전을 지역균형발전의 비전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가우주위원회라는 의결기구가 있는데, 인수위에서 항공우주청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까지 결정하는 성급함을 드러냈다. 또 하나는 항공과 우주에 대한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권의 항공은 이미 새로운 지식의 영역이 아닌 산업의 영역이지만, 대기권 밖의 무중력 우주는 여전히 새로운 지식을 요구하는 과학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최근 우주는 새로운 과학실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주에서의 단백질 합성, 세포 프린팅 등과 같은 바이오 실험과 재난 감시, 우주망원경의 광기계 기술 등 우주과학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다 줄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전 지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생명공학연구원 등 우주과학을 포함한 과학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더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우주산업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하고, 이에 타당한 입지을 선정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학국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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