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편파·졸속운영 논란에도 ‘입꾹닫’... 멍들어가는 e스포츠

입력 2022-05-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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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유비소프트)
▲(사진제공=유비소프트)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는 등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대회에서 편파·졸속 진행 논란이 연달아 불거지며 찬물이 끼얹어졌다. 일각에서는 과연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레인보우식스 시즈 리그 논란…“한국팀에 불리한 게임 진행” 주장

글로벌 게임제작사 유비소프트의 전술 FPS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 e스포츠 국제대회 R6 아시아 퍼시픽 리그(APAC)에 참가한 한국 팀이 대회 운영을 대행한 ESL 호주지사의 졸속·편파 진행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APAC 리그 플레이오프 샌드박스 게이밍(한국팀, 샌드박스) 대 더 치프스(호주팀, CHF) 경기에서 ESL은 CHF와 샌드박스의 지연속도(핑)를 같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샌드박스 측은 VPN 프로그램을 통해 110ms 핑을 적용했다.

대회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옳은 조치로 볼 수 있으나 문제는 이를 경기 시작 불과 4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샌드박스 측은 갑작스러운 게임 환경 변화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우려, 이를 거부하려 했으나 ESL은 ‘(VPN 조치를) 이해하지 않을 시 대회를 기권해야 할 것’이라며 핑 조절을 강행했다.

어쩔 수 없이 VPN 조치를 받아들인 샌드박스는 1-2로 패배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FPS 게임 장르 특성상 지연속도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크게 날수 밖에 없다. 익숙한 핑으로 게임을 진행한 CHF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VPN 프로그램이 보이스 채팅에도 영향을 줘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HF 선수들은 VPN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이러한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경기 후 샌드박스 선수 중 한명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대회 중 인게임 영상을 공개하며 핑 문제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CHF는 다음날 열린 담원기아와의 경기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상위 국제 대회인 식스 메이저(메이저) 진출권을 따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핑 이슈 외에도 주최 측의 편파 진행 정황까지 드러났다. CHF가 경기 시간에 15분 넘게 지각했음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경기를 치른 것이다.

대회 규정상 경기 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팀은 1세트 몰수패 징계를 받는다. 일례로 같은 대회에서 싱가포르팀인 IG가 경기 시간에 늦자 주최 측은 곧바로 1세트 몰수패 판정을 내렸다.

▲(커뮤니티 캡처)
▲(커뮤니티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ESL은 경기 중 중계진 측 오류로 게임 상황을 중계하지 못하게 되자 경기 중인 선수들의 모습을 비춘 채 중계를 이어갔다. 이 중 담원기아 선수 모니터를 확대해 게임 상황을 전달했는데, 게임 내 ‘발키리’라는 전략적인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중계 화면으로 그대로 송출해 전략상 비밀을 노출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담원기아 소속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해당화면 중계 이후 전략적 위치가 파악 당한 것 같다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회 운영진과 중계진이 모두 호주인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과 진행으로 호주 국적 팀이 연달아 이득을 보자 편파 진행으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ESL 측은 대회 진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선수는 ‘계약 위반’ 명목으로 2만 달러 상당의 벌금과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기 후 대회를 비판한 선수들의 SNS 글 삭제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ESL 측은 1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논란이 된 VPN 강요와 편파 판정 등을 해명했다. ESL은 “사전에 VPN을 통한 핑 테스트를 진행하고 VPN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팀 간 의사소통 문제로 뒤 늦게 통지하게 됐다”며 “향후 새로운 소통 프로세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판정 특혜에 대해서는 “CHF 측 예비 선수가 대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몰수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IG는 예비 선수를 투입할 수 없었으므로 몰수패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수 SNS 검열에 대해서는 “개인 VPN IP 유출 방지 차원이었다”면서도 “운영팀 간 소통 문제로 발생한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며, 개방적인 소통 채널이 마련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관계자는 “ESL 입장과는 별개로 국내 레인보우 식스 e스포츠를 주관하는 유비소프트 코리아에 의견 사항들을 전달해놓은 상태고, 본사와 논의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LCK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LCK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LOL국제대회에서도 특혜 논란 나와…재경기 조치도 내려져

라이엇 게임즈의 실시간 전략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국제대회에서도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0일 개막한 LOL 국제대회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는 중국 대표팀인 RNG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일정상의 문제로 온라인 참가를 선언했고, 라이엇 측은 이를 허용했다.

그런데 온라인 환경에서 참가하는 RNG와의 ‘형평성’을 위해 핑을 35ms로 조정하기로 해 빈축을 샀다. 다른 선수들은 이에 대해 불만과 불편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RNG 선수들은 노이즈 헤드셋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 중 페이스 캠도 켜지 않는 등 다른 참가팀에 비해 훨씬 편한 환경에서 대회를 진행했다.

RNG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라이엇 측은 11일 공식입장을 발표해 ‘봉쇄로 인해 RNG 측에 장비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비판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LOL e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LOL e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결국 핑과 특혜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라이엇은 13일 게임 지연 속도 차이를 인정하며 RNG가 치른 모든 경기를 무효화 하고 재경기하도록 조치했다.

LOL 제작사이자 e스포츠를 운영하는 라이엇은 텐센트에 인수된 자회사다. 대회 시청 수도 중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아 중국팀인 RNG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RNG는 지난해 MSI에서도 일정상 ‘배려’를 받아 체력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결승 경기를 치러 우승한 바 있다.

국제대회 편파·졸속 진행은 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e스포츠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오고 있다.

전 LOL e스포츠 해설가 크리스토퍼 마이클스는 SNS를 통해 “라이엇은 이제 LOL e스포츠를 스포츠로 만들지 마케팅 행사로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며 “공평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역겹기 때문”이라는 등 작심 비판했다. 한 누리꾼 역시 “이번 사건들은 통해 기업이 소유한 게임이 왜 스포츠가 될 수 없는지 보여준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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