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별이 된 트위터 대통령...故이외수 소설 다시 보기

입력 2022-04-26 17:54 수정 2022-04-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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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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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 씨가 25일 향년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한국이 사랑했던 작가 이외수는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우리 곁에 남았다. 평생 ‘괴짜’로 불리며 기인 같은 삶은 살았지만 그의 글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로 가득찼다. 그 문체로 표현해낸 섬세한 감수성은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고, ‘이외수 마니아’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는 소설로만 만족하지 않았다. 시, 에세이, 우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쳤다.

“죽으면 무슨 이름을 얻어서 태어나볼까... 먼지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꿈꾸는 식물

1978년 발표한 ‘꿈꾸는 식물’은 장수하늘소(1981)와 함께 TV 문학관으로 실사화 된 작품이다. 홍등가를 운영하는 아버지, 큰형과 함께 사는 소년 주인공 ‘나’의 애환과 고뇌를 1인칭 시점으로 담아냈다.

▲(뉴시스)
▲(뉴시스)

“인간은 결국 완전한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거든.” - 들개

1981년 발표한 ‘들개’는 이 씨의 대표작이다. 들개 그림에 삶을 바친 남자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여자가 만나 낡은 학원 건물에서 1년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예술관과 당시 충격적인 결말 등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70만부 판매고를 올렸다.

“꿀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단지 꿀맛이 달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정한 꿀맛을 안다고 간주될 수 있을까.” - 벽오금학도

1992년 발표한 벽오금학도는 이 씨가 스스로를 ‘통조림(작가를 가둬놓고 글·그림 등을 완성시키게 하는 것)’해서 쓴 작품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씨는 자신의 방을 감옥처럼 개조하고 철창을 쳐놓고 글을 썼다고 한다. 식사도 아내 전영자 씨가 사식처럼 방으로 가져다주도록 했다고 한다.

고생 끝에 써낸 벽오금학도는 출간 3개월 만에 120만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이 씨의 입지를 다졌다.

▲(사진제공 = 해냄)
▲(사진제공 = 해냄)

“마음 안에서 사라진 것들은 마음 밖에서도 사라진다” - 장외인간

이 씨는 2000년대 들어서도 괴물(2002), 장외인간(2005),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2017) 등을 집필했다. 이 씨는 몽환적이고 한국적인 색채를 잘 녹였고, 젊은감각을 뽐내면서도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현대사회의 폐해를 꼬집는 작품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고루 이끌어냈다.

장외인간은 사라진 ‘달’을 홀로 기억하는 ‘나(이현수)’가 달에 집착하던 여성 ‘남소요’를 찾아 나서는 줄거리로,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며 속물적인 현대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하나님, 인생말년에 어쩌다 축복 한번 다운 받아보고 싶은데 버퍼링이 너무 깁니다” - 하악하악

이 씨는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다수 펴냈다. 특히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쓴 글들을 엮은 하악하악(2008)은 이 씨의 젊은 감각과 위트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 집이다.

작품이 된 SNS 메시지들

이렇듯 그는 작품·방송 외에도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90년대 초 컴퓨터로 집필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PC통신, 개인 홈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누리꾼과 소통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밈 ‘어둠에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가 해당 커뮤니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후에는 대표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목소리를 내며 논객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으로 인해 유행한 ‘존버’라는 말 역시 2012년경 이 씨가 먼저 사용하며 시대를 앞선 인기를 얻기도 했다.

영원히 볼 수없는 그의 미완성작

2017년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써낸 이후 이 씨는 ‘영생시대’에 관한 작품을 쓴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이 씨가 투병 생활 끝에 25일 숨을 거두면서 미완성작이 됐다.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이라는 그의 말과 같이 좋은 작품 뿐만 아니라 각종 기행으로 인한 논란에도 휩싸였던 그였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와 그의 작품들은 ‘들개’ 속 주인공이 남긴 그림처럼 강렬하게 대중의 마음에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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