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기대와 실망 교차하는 바이든의 통상정책 1년

입력 2022-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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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2022년 통상정책 의제와 2021년 연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년 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통상정책을 평가하고, 2022년에 추진할 통상정책 의제와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공유된 의제와 가치를 중심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동맹국들과 새롭고 역사적인 협정을 맺었다. 아울러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미국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하며, 중국에는 공정한 무역질서 준수를 압박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포함해 경제, 무역, 보건, 환경 정책 등에서 많은 변화를 주었다. 여기에는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다시 가입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으로 친중 성향의 후보를 지지한 것을 포함한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호주, 영국, 미국 3개국 안보 협정인 오커스(AUKUS)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전략적 안보 대화인 쿼드(QUAD) 협정을 체결하였다. 경제 측면에서는 미국산 제품 사용 증진과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고, 연방정부 등의 공공기관이 미국산 제품 및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 정책을 확대 강화하였다.

바이든은 취임하면서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국들과 다자간 채널을 통해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미국의 탈퇴 후 2018년 12월에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이 돌아올 것인지의 여부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은 CPTPP 재가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일본과 호주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은 미국의 소극적인 자세에 낙담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올해 1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회원국이며, 작년 9월에는 CPTPP 가입도 신청했다. 중국 정부는 만약 CPTPP에 가입한다면 회원국으로서 경제 분야에 중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입이 거부될 수 있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및 통상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동맹국들에 부과한 관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만이 최근 재협상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일부 낮추는 데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조속한 협상 개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3~20%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까지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추가로 2000억 달러 늘리는 대가로 무역 협정에 합의했으나, 중국은 약속의 57%만 이행했다. 중국의 추가 수입에는 약 8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농산물 구매가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이 물량의 수입을 호주에서 미국으로 전환함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호주 생산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호주를 포함한 동맹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탓이다.

바이든 정부가 무역 정책에서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다소 실망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국내 경제 재건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미국은 세계시장, 특히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소홀히 다룰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상황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 경제적으로 덜 의존하고, 훌륭한 시장 기회가 창출된다면 인도-태평양 국가 중 일부는 미국의 훌륭한 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국이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역내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강력한 통상협정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연합과 협력을 믿는 다자주의자이다. 2022년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의제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제하고, 미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인프라 및 혁신 역량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까운 시간 안에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대규모 무역 협정을 볼 수는 없겠지만, WTO의 기능 회복을 포함하여 다자간 협력의 장에서 미국의 참여를 새롭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쉬운 의제는 아니지만, 중국의 시장 개방과 개혁을 협상하는 동안 양국이 부과한 징벌적 관세와 무역 합의를 철회하는 것은 지역 전체에서 환영받는 조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미국은 글로벌 초일류 통상 국가로서의 역할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시장 개방성 확대와 무역법 집행을 강화하는 통상의제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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