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우호국, 천연가스 대금 루블로 결제하라”...의도와 파장은

입력 2022-03-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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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제재에 맞대응·루블 가치 방어 목적
천연가스 수요 40% 러에 의존하는 EU 겨냥
푸틴 발언 여파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19% 폭등
효과 제한적 또는 역효과 날 수도

▲러시아 국기 위로 러시아 루블과 가스 파이프라인 모형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기 위로 러시아 루블과 가스 파이프라인 모형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정부 회의에서 “비우호적인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가스 공급 결제 수단을 루블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에 일주일 안으로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러시아가 지목한 비우호적 국가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해 한국, 영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이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상품 거래는 대부분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 EU 국가들은 그동안 주로 유로화로 가스 대금을 결제했다.

러시아가 결제 수단으로 자국 통화만을 내세우겠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행된 강력한 대러 제재에 대한 맞불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절반가량이 동결된 상태로, 이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방 제재로 곤두박질친 루블화 환율 방어가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결제 대금으로 루블화만 받게 되면 앞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려는 업체들은 달러나 유로 대신 루블화를 확보해야 한다. 그만큼 루블화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전쟁 전 달러당 70루블대에서 거래되던 루블화는 이달 초 달러당 140루블 이상을 기록, 그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에는 달러당 100루블 안팎 수준으로 다소 가치를 회복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달러화나 유로화 등의 외화는 현재 매우 신뢰할 수 없는 통화가 됐다”면서 “천연가스뿐 아니라 원유 수출 대금도 루블화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블 결제 요구가 다른 주요 수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나 유로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거래 당사국 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날 푸틴 대통령 발언 여파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한때 19% 치솟았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5.3% 뛴 배럴당 121.60달러를 기록했다. 독일과 폴란드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는 계약 위반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회사에 대해 수출 대금으로 받은 외화의 80%를 의무적으로 루블화로 바꾸라는 조처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에너지의 비니시우스 로마노 수석 애널리스트는 “루블 결제 요구를 주장하면 구매자가 계약의 다른 부분을 수정 요구할 가능성이 생기고 더 나아가 러시아에서 벗어나는 것에 속도를 낼 여지도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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