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한 도전

입력 2022-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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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대결에서 통합으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5년이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 대선 국면에서 미래에 대한 이슈가 주목받지 못했지만,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 모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윤 당선인은 ‘과학은 미래의 초석’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과학기술에 대해 더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하였다.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 ‘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겠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해 공공의사 결정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과학기술을 통한 선진화’ 등을 강조하였다. 이재명 후보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 강국이 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과학기술은 미래의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 역량이 있어야만 국민 안전과 재산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 튼튼한 안보가 가능하고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지금은 역사적으로 산업적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산업적 전환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되고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지식, 즉 과학적 연구에 의해 알게 된 새로운 지식에 기반하게 된다. 과학적 원리가 규명되고 그 원리를 구현하거나 응용, 제어할 수 있는 기술에 의해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고 산업이 된다. 증기의 원리를 더 잘 알게 되면서 증기기관은 단순한 발명에서 세상을 바꾼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되었다. 최근의 유전자가위도 마찬가지로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공약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좋은데,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지식과 과학에 대한 투자가 바로 기술이 되고 제품이 되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서 나온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단절적이고 긴 시간을 요하였으나 지금은 그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지식을 알기 위해서는 기술을 필요로 하고, 바로 그 기술이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거리가 짧아졌고, 순환적 과정이 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국립과학재단을 국립과학기술재단으로 바꾸고 예산도 대폭 증액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 과학자와 기술자가 같이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과학과 기술은 거리가 멀고 칸막이가 처져 있다. 대학은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 응용 연구, 대부분의 산업계는 기술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각자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더라도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연구의 씨를 뿌려 놓으면 싹이 트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밭, 연구 분야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대이다. 보조금같이 잘게 쪼개져 소액으로 뿌려지거나 나눠먹기식의 연구비로는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지식과 기술을 결합하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부터 출연연, 산업계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의 구조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산업 분류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20여 개가 넘는 정부 연구소를 몇 개의 새로운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연구소로 개편해야 한다. 말로만 융합을 떠들고 내 영역은 건드리지 말라는 상황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학과목 같은 화학, 전기, 전자 등과 같은 연구소 체계를 차세대 통신연구, 바이오, 에너지, 인공지능, 양자, 우주항공, 디지털트윈 등 장기적으로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연구소를 지역에 고르게 분산하여 지역의 특화산업, 지역혁신, 지역균형발전으로 연계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시대를 위해 헌 부대를 버리고 새 부대를 짜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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