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플랫폼] 복잡한 사회적 대화에 임하는 자세

입력 2022-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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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사회적 대화의 역사는 1998년 1월 15일 제1기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약 24년이 되었다. 그해 12월 이루어진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국민연금법 개정안 관련 합의는 사회적 대화가 사회안전망, 그중에서도 사회보험제도의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2002년 근로자 학습재원 관련 합의, 2008년 고용보험제도 및 산업안전보건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 2011년 베이비붐세대 등 고용촉진을 위한 합의, 2013년 청년고용 증진을 위한 합의는 사회보험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한 한국사회의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10월 취약계층의 소득 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합의 이후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형식으로 계속되었다. 2019년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 2020년 IT-SW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경제 활성화 및 노동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합의와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합의, 2021년 배달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합의 등 사회보험의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주목할 점은 2019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의 빈곤문제 완화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 노사공익위원 권고문과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의 권고문, 그리고 2020년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제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위원회의 공익위원 권고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의제들과 당사자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와 노인 및 청년 빈곤 해소, 특히 노인 일자리와 청년 주택 및 금융지원에 관한 합의가 정부 내의 이견으로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의 경우 영세사업장의 보험료 부담 완화,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기초연금의 인상, 저소득층의 보험료 인상 부담 경감조치, 연금공단의 국고부담 확대, 유족연금 지급률의 개편 등도 합의가 어려움을 보여준다. 보건인력위원회의 경우는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배치 및 활용과 고용친화적 노동환경 조성,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적정한 보상에 관한 합의가 어려웠다. 이 밖에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건강보험제도개선분과위원회의 활동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재정지출 관리 효율화, 재원조달 확대, 거버넌스, 연계와 협력 분야에서 권고문 또는 제안조차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대화 참여자 간에 이견이 분명하고 그 간격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배달노동종사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은 복잡한 고용노동 생태계에서 의외로 새로운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및 배달대행사는 배달노동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과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하였다. 특히 근로복지공단과 배달플랫폼 관련 업계는 산재보험료 및 보상과 관련한 데이터 공유를 위해 업무협약을 실제로 맺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한국사회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4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노동환경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회안전망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2018년 이후에도 자주 관찰되었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의 플랫폼노동 배달업종 분과위원회의 합의는 더욱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여 상생하고 공존할지에 대한 작은 희망이라 하겠다.

물리학에 기원을 둔 복잡성 이론에 따르면 수많은 구성원들 간의 중첩적이고 다방향의 끊임없는 연결이 어느 순간 도달하였을 때 새로운 무언가가 발현된다고 한다. 사회적 대화 관점에서 본다면 대화 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환경 간에 다방향적이고 다층적인 소통이 쌓일 때 비로소 상생의 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허탈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노동 배달업종 분과위원회의 성과는 복잡성 이론에 어느 정도 가까워 보인다.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결하고 소통하며 합의를 도출하려는 의지가 복잡성 이론과 통하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 및 사회보험 개선과 관련된 사회적 대화에서도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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