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금융불안]②부채 많은 좀비기업 좌불안석

입력 2022-02-27 14:46 수정 2022-02-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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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은행 보고서, ‘코로나19 장기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사진 = 한국은행 보고서, ‘코로나19 장기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인천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거래은행과 전화하는 게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수출물량이 줄어 매출은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오르자 은행 대출이 더 깐깐해지면서 거래은행의 독촉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러다 공장 문을 닫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물가가 오르면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텐데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좀비기업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를 자극해 미 연방준비제도를 극단으로 내몰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금리가 급등하면 대출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소비와 투자,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 경기도 둔화된다.

앤데믹(Endemy)ㆍ우크라이나 사태까지…피 마르는 기업가

국내기업 전반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타격을 입었지만, 특히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세 부진에 따른 실물충격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신용 및 유동성 위험이 더욱 증대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현실화되며 국내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입 기업 등의 피해 범위와 자금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에 최대 2조 원을 지원하는 등 필요한 유동성을 적극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2월 20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종목(533개 기업) 충 43개 종목만이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했다. 반면 136개 종목은 10%를 하회했고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민간의 신용성장 속도가 GDP에 비해 과하지 않지만 한국은 5년 전 대비 민간의 부채비율이 30%포인트 이상 급증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민간부채증가율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작된 정부의 금융지원이 빠르면 올해 회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업 금융지원이 연장된 경우,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상황에서 6000억 원으로 지난해(1조4000억 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관적 상황에서는 4조2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지원액이 전액 회수될 시에는 유동성 부족규모가 기본 상황에서 4000억 원, 비관적 상황에서 7조7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유동성 부족기업 수 비중도 2021년 3.0%에서 각각 5.1% 및 7.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관적인 상황에서 금융지원액이 전액 회수될 경우에는, 유동성 부족(7조7000억 원)의 대부분이 대기업(6조3000억 원)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항공(2조7000억 원), 석유화학(1조4000억 원), 도소매(7000억 원) 등에서 유동성 부족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부족기업 수 비중은 대기업(4.8%)보다 중소기업(9.6%)이 높고 업종별로는 항공(71.4%) 및 숙박음식(22.2%)이 매우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위기,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라

전문가들은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싼값에 돈을 빌렸던 기업은 수익 급감에 이어 대출금리 상승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서다. 결국, 부도 확률이 높아지면서 도산 위기로 몰릴 수 있다.

‘좀비기업’이 늘어난다면 주식시장도 ‘좀비시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유동성 기반 장세도 약해져 활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돈을 빌린 은행도 부실채권에 휘청일 수 있다. 이를 살리기 위해 서민들의 쌈짓돈(세금)을 쏟아붓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 인상이 더 많은 기업을, 더 빨리, 더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무너지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개미들은 지옥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가계 주택담보대출 중 일부는 부실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가격도 정부가 의도하는 수준의 하락에 그치지 않고 큰 폭으로 내려 역자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자칫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는 다시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연체 증가로 채무재조정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예상보다 적게 적립한 충당금에 대한 추가 적립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선진국 수준인 0.8% 수준으로 적립률을 올리더라도 연간 1조 원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며 “2022년 배당 결정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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