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NFT: 잡음인가? 혁신인가?

입력 2022-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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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비대체토큰 NFT(Non Fungible Token)가 2022년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블룸버그에 실린 한 기사는 NFT 시장 규모가 4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부응하여 한글과컴퓨터, 카카오 및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가 NFT 거래소를 설립했거나 설립할 계획이다. NFT를 만드는 방법에서 NFT에 대한 투자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봇물을 이룬다. 2021년 가트너의 신흥기술 하이프사이클에 NFT가 처음 등장했으며 첫해에 기대거품 구간의 정점을 차지했다. NFT에 긍정적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거래를 통해 NFT의 시장을 불리고, 다른 사람이 저작권을 가진 콘텐츠에 NFT를 발급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단기간 내에 큰 시장을 이루고 관심을 집중한 NFT는 잡음인가? 혁신인가?

NFT는 대체토큰인 암호화폐와 대비하여 비대체토큰이라 한다. 이 NFT는 디지털 콘텐츠에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다. NFT는 암호화폐와 같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급된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여 데이터 블록을 채굴하는 이더리움이나 채굴에 전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블록체인에서 모두 NFT를 발급할 수 있다. NFT를 트위터의 글이나 디지털화된 그림과 음악에 붙여 거래할 수 있다. NFT를 붙인 디지털 콘텐츠는 유일성이 보장되며, 누구에게 그 소유권이 있는지를 나타낼 수 있게 된다. NFT가 붙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는 복사본이 된다.

디지털 콘텐츠에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역설처럼 보인다. 디지털 영향력은 정보와 지식의 유통과 가공 용이성, 디지털 콘텐츠의 공유 가능성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소프트웨어의 다수가 공유와 개방을 지향하는 오픈소스다. 대표적인 웹서버 프로그램인 아파치는 오픈소스로, 이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시키는 소프트웨어인 구글의 텐서플로우도 오픈소스다. 디지털의 출발점은 공유와 개방이다. 한 단위를 더 생산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인 한계비용이 0인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는 공유와 개방을 지향한다.

실세계의 부동산과 자동차는 공유경제를 지향한다. 소유에서 사용과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소유에서 존재로’ 가치를 바꾸는 것이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성숙하고 원격근무가 일상화될수록, 그린뉴딜이 강화될수록 공유경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NFT는 역설과 역주행으로 보인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일상생활의 근본이 되면 될수록 NFT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생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 내의 창작활동과 노동은 취미활동과 자선활동을 넘어서 경제활동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착안하여 메타버스 내의 경제를 메타노믹스(metanomics)라고도 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거나 아바타에 대한 디지털 성형을 하거나, 창작활동에 대해 일정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져야만 이러한 노동과 창작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 NFT다. 건축물과 음악 및 그림 등에 NFT를 달아서 소유권을 붙이고 이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NFT는 메토노믹스의 기반기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NFT 생태계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판이 존재한다.

우선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에 하나의 NFT만 발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NFT를 발급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여러 가지이며, 이는 하나의 콘텐츠에 여러 개의 NFT를 발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독자가 살고 있는 집에 소유자가 여러 명이 될 수 있다. 이들은 공동 소유자가 아니며, 모두 독자적인 소유자가 될 수 있다. NFT의 시장이 커질수록 NFT 블록체인은 늘어날 것이고, 소유자의 숫자도 늘어날 수 있다.

저작권 없는 자가 NFT를 발급할 수 있다. 대표적 NFT 등록 및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는 표절 작품 혹은 남의 작품으로 발급하는 NFT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자기거래로 NFT의 가격을 올리고 있는 문제도 있어서 암호화폐와 증권, 부동산 등 자본재의 부조리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기도 하다. NFT 시장은 아주 혼탁하다.

NFT의 쓰임새도 분명하지 않다. 무한한 복사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종의 과시적 소비로서 NFT가 붙은 고가의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기는 하겠으나, 그것으로만 충분하고 타당한 쓰임새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으로 NFT가 쓰일 수 있기는 하나, 이를 위해서는 NFT 발급 블록체인이 표준화되어야 하며 법제도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이 세계화를 지향하므로 NFT 기반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약이 있어야 한다.

NFT의 기술적 기반에도 문제가 있다. 다수의 NFT는 블록체인 중 하나인 이더리움 기반인데, 이더리움 블록체인 채굴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기를 사용해야 하며, 전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은 완벽한 탈중앙화도 아니며 신뢰성의 보장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그 밖에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시스템의 품질요소인 유연성, 수행성, 규모성, 사용성에도 한계가 있다.

NFT의 미래와 현재의 문제점을 둘러 보았다. NFT에는 잡음과 기회 모두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추세에 반응해야 하므로 거래소 등을 설립해야 할 것이나, 개인은 NFT 투자에 상당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좀 더 거시적이고 개방적으로 디지털 경제와 메타노믹스 전반을 진단하고 전망해야 한다. NFT가 일으키는 잡음과 혁신의 안갯속에서 우리 모두가 개방적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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