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은퇴 없는 미래를 위한 스마트 건강도시

입력 2022-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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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태재연구재단 자문위원

세대별로 이동하는 도시 모델이 한국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세대별로 이동하는 도시 모델’이라는 것은 생애 주기에 따라 도시를 이동하면서 살고, 도시도 생애 주기에 맞게 특화시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크게 사람의 일생을 성장, 활동, 은퇴라는 3개의 시기로 나눈다면 도시도 이에 맞게 적절한 공간을 갖추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인간의 성장 단계에서는 보육과 교육을 위한 안전한 주거 환경과 좋은 학교가 중요하다. 활동 단계에는 주로 경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가 많고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 은퇴 시기에는 건강을 유지하고 여가 활동을 즐기고 생태 공간이 많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생애 주기별로 도시를 이동한다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한 지역에서 태어나서 성장을 하고 활동을 하다가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곳이 고향이었고, 나의 고향은 아버지의 고향이면서 동시에 자식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향을 기반으로 한 삶은 근대화와 동시에 사라졌다.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의 근대화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신속한, 강제적 이행이었다. 농촌지역의 인력을 산업화된 도시로 이동시켜서 풍부한 노동력, 낮은 임금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이 성장한 고향을 떠나 학업을 위해, 일자리를 위해 서울과 대도시로 이동을 하였다. 세대별 도시의 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성공의 이점이 끝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일자리와 교육, 문화의 중심지가 된 서울은 유입되는 인구만큼 빠르게 주변 지역으로 확장되고, 이제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반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다. 면적은 국토의 13% 정도에 불과하니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밀도가 7배 정도에 달하는 초과밀 상태이다. 이러한 과밀 상태가 부동산 폭등과 저출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 과밀은 저출산의 원인이다. 비수도권 지방의 출산율은 1.01명인 데 비해 수도권은 0.85명, 수도권 중에서 서울은 0.72명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몰릴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높은 경쟁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의 인구 과밀을 낮추는 것이 저출산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지금 수도권의 인구 과밀은 세대별로 도시를 이동해오던 우리나라의 도시 발전 양상에서 그 흐름이 끊어졌다는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역에서 성장하여 수도권으로 학업과 일자리를 위해 이동을 하였는데, 경제활동이 끝난 은퇴 후에도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인구 유출이 안 일어나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700만 명,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에서 수도권 유입이 본격화되었고 아직도 많은 수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미 고령인구(65세)에 진입한 1955년생부터 막내 격인 1974년생까지 앞으로 20년 동안 연평균 82만 명씩 고령인구가 늘어난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앞으로 수도권을 떠나서 은퇴 후 삶의 공간을 찾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농촌으로의 이주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청년 때부터 도시에서 산업시대의 경제력으로 살아온 세대가 농촌으로 돌아가 살기는 어렵다. 더 이상 수도권에 살 필요가 없어진 세대가 살 수 있는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방안이다.

고령세대의 가장 큰 관심은 건강, 여유로운 생활,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등이다. 지역에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시설을 갖춘 저렴한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향후 30년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무료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수도권 고령세대의 지방 이동이 시작될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로 건강을 관리하고, 더불어 주 2~3일 근무 또는 하루 4시간 정도 은퇴 없이 일할 수 있는 스마트 건강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지방이 살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이끈 세대이다. 이제는 행복한 고령을 위한 스마트 건강도시라는 새로운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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