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준법경영, 속도와 방향 사이

입력 2022-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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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준법경영 정착’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받은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독립기관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도 이달 5일 2기 체제로 들어섰다.

준법위의 그간 행보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포기 선언을 포함한 대국민 사과를 끌어낸 점, 무노조 경영 폐기 기조를 삼성전자 및 산하 계열사에 정착시킨 것 등을 두고선 “제한된 시간 내에 기반을 잘 깔았다”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의구심도 제기된다. 8개 관계사 외 다른 계열사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지배구조 논의에는 좀처럼 다가서지 못했다는 점이 이유다. 앞서 지난해 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뼈아프게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속도’와 ‘방향’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보면, 상반된 평가는 ‘속도’ 측면과 관련된다. 전자는 재계에 처음으로 자리 잡은 신생기관이 첫술부터 배부르기는 어렵다는 논리이고, 후자의 눈엔 일종의 ‘업보’를 안고 태어난 곳인 만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배어 있다. 준법경영을 위한 방향성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렇게 보면, 삼성 준법위의 첫 2년은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둔 시간이었던 것이다.

준법위도 속도에 대한 아쉬운 여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기를 이끌었던 김지형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활동 연간보고서에서 “첫걸음이 어설프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지만 그 다음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천릿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이찬희 신임 위원장은 지난달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 기수 활동을 언급하며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갓 출범한 준법위 2기의 2년은 어떨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속도 면에서도 슬슬 욕심을 내 봐야 할 시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 도약을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는 등 무노조 경영 폐기 이후 노사갈등도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준법위가 분명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속도는 물론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거질 수 있다. 삼성 준법위가 속도와 방향 ‘두 마리 토끼’를 챙겨 궤도에 올라설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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