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원재료가격에 발목 잡힌 조선소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며

입력 2022-01-20 07:42

박동흠 회계사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결국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은 무산돼 버렸다. 오랫동안 진행됐던 초대형 조선 지주사의 탄생이 불발돼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우리 조선업 자체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수주량 증가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조선업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1월 3일에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통해 2022년 목표수주액을 113억 달러(원화 약 13조 원)로 제시했다. 회사는 2021년 초에 목표수주액 89억 달러를 제시했었다. 즉 올해는 작년보다 목표를 27% 늘려서 잡았다. 더 고무적인 것은 2021년에 목표 대비 66% 초과한 147억 달러(원화 약 17조 원)의 일감을 수주했다는 점이다.

중소형 선박을 주로 제작하는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날 공시를 통해 2022년 목표수주액을 36억 달러(원화 약 4조3000억 원)로 제시했는데 역시 전년 대비 3%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는 작년 목표 수주액이 35억 달러였는데 실제로는 이를 36%나 초과한 48억 달러(원화 약 5조7000억 원)를 달성했다.

조선업이 활황이던 2007년 수주액을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살펴보면 당시에 현대중공업은 조선 사업 관련해서 약 15조 원, 현대미포조선은 6조4000억 원이었으니 오랜만에 다시 호황이 찾아온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와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선박 교체 본격화 등 수요 증가로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은 2020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021년 3분기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20년도 같은 분기 대비 184%나 증가하며 글로벌 조선업계가 완전히 회복됐음을 보여줬다.

선주들의 선적 주문이 늘면서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의 조선사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 가지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매출액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만 60%가 넘는다. 즉 선주에게 1000억 원을 받고 배를 인도하면 여기에 600억 원 이상의 원재료가 포함됐다는 의미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도 크지만, 매출액 대비 10% 수준이라 금액적 중요성은 원재료보다 낮다. 결국, 조선업은 원재료 가격 등락에 따라 손익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보고서에서 주요 원재료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2020년에 톤당 66만7000원이었던 강판은 2021년 3분기까지 94%나 올라서 129만2000원이 됐고 형강과 페인트도 몇 달 새에 각각 60%, 21%나 올랐다. 이로 인해 모든 상장 조선사들이 3분기까지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조선업은 공사를 수주하는 때에 이미 미래에 발생할 매출액과 이익 규모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조선소가 선주로부터 컨테이너선 제작 주문을 받았는데 계약금액이 총 1000억 원이고 이 선박을 제조하는 데에는 3년의 시간이 걸리며 800억 원의 원가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가정해 보자. 조선소는 1000억 원을 수주하는 시점에 매출로 잡지 않고 공사를 하는 3년의 기간 동안 나눠 인식한다. 이를 가리켜 진행 기준 수익인식이라고 한다.

조선소는 800억 원을 투입해서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0억 원의 이익을 남길 예정인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이익 예상치가 줄어들게 된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으니 선박 가격도 인상하면 좋겠지만 이미 과거에 조선사와 선주 간 계약서를 다 썼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렇게 손익에 엄청난 부담을 주지만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앞으로 발생할 매출액은 정해져 있고 가장 비중이 큰 비용이 줄어들기 시작하니 당연히 이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조선사들에 제2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왔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원재료 가격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원재료 수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찾아오게 되면 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모두 급등할 것이다. 그런 그림이 곧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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