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1세기 푸거의 재등장을 막으려면

입력 2022-01-12 14:32 수정 2022-01-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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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은 누굴까. 흔히 빌 게이츠를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역사상 최고의 부자는 르네상스 시대 독일의 거부 야코프 푸거(Jacob Fugger)였다. 그는 당시 유럽 총생산량의 2%를 자기자산으로 갖고 있었다.

푸거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패한 정치와 종교 때문이었다. 당시 정치권력의 대표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다.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8명 내외의 선제후에게 엄청난 금액의 뇌물을 바쳐야 했다. 종교도 정치권력 못지않게 부패한 상황이었다. 당시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던 시기였는데, 공공연히 면죄부를 사고팔 정도로 종교는 타락해있었다.

푸거의 시대에는 감시 기능이 없었다. 그는 돈을 빌려달라고 몰려드는 왕과 귀족, 성직자들에게 이권을 요구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쌓았다.

라임ㆍ옵티머스 사태도 허술한 사모펀드 검증 체계 아래에서 발생했다. 금융당국,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가 있었지만, 아무도 수천억 원의 투자자산 실체를 알지 못했다.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2020년 7월에 시작된 사모펀드 전수조사도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와 제재가 모두 끝난 운용사 10곳 중 6개 운영사에서 부실이 드러나 제재를 했으면서도 금감원이 조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서면 방식까지 도입해 실적 쌓기식 조사를 벌이고 있어서다.

금융위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가 금융위에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을 요청했을 때,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 세부 계획서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푸거의 시대와 지금, 여전히 감시 기능은 부재하다. 당장 사태를 막으려는 주먹구구식 조사는 21세기 푸거의 재등장을 만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일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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