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1그램이라도 더 나갔으면

입력 2022-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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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나는 다이어트가 절실한 20대 여성들만큼 ‘체중’에 민감한 사람 중 하나이다. 체중을 확인하는 날이면 나는 100그램, 아니 1그램 차이에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 둘 낳고 아줌마가 되어 더 이상 몸매를 뽐낼 일도 없는데, 무슨 이유에서일까? 내게 중요한 체중은 나의 몸무게가 아니라 내가 진료하는 산모의 태아 몸무게이다. 조산 가능성이 높은 산모들을 진료하는 나와 나의 산모들에게는 단 1그램도 간절하다.

체중은 태아의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큰 관심 대상이다.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태아 체중의 백분위수를 정해 작은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100명 중 10명 안에 들면 ‘부당경량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아가로 분류해 여러 산전검사를 추가하는 등 ‘특별관리’를 한다. 또한 어떠한 이유에서건 임신주수와 무관하게 출생 시 체중이 2500그램에 도달하지 못하면 ‘저체중아’로 정의해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많은 검사들을 진행한다. 매 순간이 경쟁인 세상인데, 태어나기 전부터 등수나 성적표가 미리 정해지는 셈이니 험난한 세상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들과 중요한 것은 같지만 그쪽과 우리 쪽이 다른 것은 우리는 1그램이라도 적기보다 많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물론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항상 건강한 것만은 아니지만, 막상 아기가 태어났을 때 마지막 진료 시 초음파로 예상했던 것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면 내 쪽이건 산모 쪽이건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했으면 하는 나와 산모의 소망을 담아 나도 모르게 태아 체중을 자료보다 넉넉하게 측정할까 봐 진료 때만큼은 객관적이려고 매번 마음을 다잡는다.

체중이 완벽하게 태아의 건강 상태나 성숙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상 체중보다 작게 태어나도 분만실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울면서 태어나는 아가도 있고, 예상 체중보다 크게 태어나도 잘 울지 못해 인공호흡기나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가도 있다. 한번 넘어졌어도 언제나 역전의 기회가 다시 오는 우리의 인생처럼 조금 작게, 조금 일찍 태어난 우리 아가들도 나의 섣부른 예측을 뒤엎고 열 배 백 배 더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란다. 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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