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실패한 방역의 희생양 자영업자

입력 2021-12-14 17:00

13일 오전 11시 40분. 여의도 식당가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식당마다 장사진을 이룬 것은 점심시간이어서가 아니다. 이날부터 시작된 방역패스 의무화 때문이다. 이날 갑자기 접속이 폭주하자 방역패스는 점심시간 내내 접속불가였다.

식당 주인들은 혹시 벌금을 물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방역패스 접속이 되지 않는 손님을 매장에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접속 장애를 이유로 매장에 들어가려는 손님과 막는 주인의 실랑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정부는 방역패스 먹통으로 혼선을 빚은 것을 사과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4일 점심에도 전날과 같은 먹통 현상이 반복됐다. 전날과 달라진 것은 한번의 경험으로 식당 주인들이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줄었다는 정도다. 식당을 찾은 손님을 능숙하게 자리로 안내하고 안심콜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하는 식당 주인의 매끄러운 응대는 준비 없이 방역패스 의무화를 도입한 정부와 대조적이다.

식당 사장님에게 방역패스가 먹통이라 불편하지 않은 지 물었더니 “먹통이라 불편한 게 아니라 자영업자를 힘겹게 하는 정책들을 도입하는 게 더 문제”라며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난했다. 그의 불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해도 참았고 QR 인증을 하라고 해서 임대료 내기도 힘든데 태블릿까지 샀다. 그런데 방역패스 의무화를 한다고 또 자영업자에게 벌금 폭탄을 던지는데 홧병이 날 지경”이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달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위드코로나 선언 후 움츠렸던 소비가 되살아나고 자영업자들도 모처럼 연말 대목을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급증한 확진자 숫자뿐이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5000~7000명을 오가고 위중증 환자도 크게 늘었다. 입원을 대기하다 황망하게 세상을 등진 이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언론에만 등장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의 ‘위드코로나’는 실패한 정책이다. 그리고 꺼내든 카드가 바로 방역패스 의무화다.

방역패스 의무화는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위드코로나만큼 성급한 결정이었다. 접속 폭주가 뻔히 예상됐지만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부는 이틀 연속 방역패스 접속 장애가 이어지자 서버를 증설하겠다고 나섰다. 서버 증설은 적어도 방역패스 의무화 도입 전에 이뤄졌어야 할 조치였다.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가 의무화하자 예약시 백신접종여부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피하기 위해 매장 문 앞에 방역패스 확인만 전담하는 상주 직원을 따로 둔 상인도 있다.

위드코로나와 방역패스 의무화는 명백한 정부의 실책이다. 그런데 실패한 정책으로 인해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혹시나 방역패스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고객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받지는 않을 지 불안에 떨고 있다.

실패한 방역 정책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는 굳이 묻이 않아도 될 터다. 그렇다면 정부의 실책을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막을 셈인가.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엔 제발 누군가의 희생이 아닌 정부의 소임을 다하는 조치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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