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 있는 남자 만나면 되죠!”

입력 2021-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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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20·30세대에게 부동산은 분노 그 자체다. 부끄럽지만, 경제지 기자로 일하면서 부동산 뉴스는 건강을 위해 외면했다. 읽을수록 화가 나서 몇 줄 읽다 덮어버리기 일쑤였고, 그러는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은 버젓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노동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부동산 가치는 자고 일어나면 최고가를 경신하는 비정한 세상은 멈추지 않았다.

더는 외면할 수 없어 부동산부에 지원했고, 이제는 부동산 기사를 쓰고 있다. 돌아가는 사정을 진작 알았더라면 내 일상이 좀 달라졌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대개의 전문가는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공급이 당장 막혀있으니 당분간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요지의 기사를 쓸 때마다 내 기사를 읽고 또 한 번 좌절할 우리 세대를 비롯한 무주택자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6개월은 아주 긴 기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그 기간 어떤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정권 말, 정치권에선 “아파트값, 하락 진입 직전” 등 연일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막상 취재하다 보면 뚜렷한 가격 하락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전망을 묻다가도 “아휴, 그래서 언제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탄식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내게 건네는 말들은 “무슨 걱정이세요, 집 있는 남자 만나면 되죠!”라는 것.

불편할 수 있는 이 주제를 굳이 칼럼으로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젠더 이슈 같은 거대하고 민감한 주제를 건드릴 생각은 없고, 그저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세상, 그게 정당한 거니까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내 기사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 그러니 어쭙잖은 농담이나 조언은 삼가주시길. “집은 제가 돈 벌어서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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