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찍 대신 당근 제시한 금융당국

입력 2021-12-07 05:00

김범근 금융부 기자

삼각관계에서 필연적으로 한 당사자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소외당하는 쪽은 밥숟가락도 들기 싫어진다. 생기를 잃게 되면서 삶의 동력을 차츰 잃는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다. 제3의 인물에서 관계의 주연으로 승격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활력을 되찾고 자신만의 매력과 능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금융권에서도 최근 삼각구도의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3개월 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이 나란히 바뀌면서다. 전임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을 앞세워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금융권 때리기에 급급했다. 기존금융사들에 허용치 않았던 각종 규제를 제거해 줬다. 금융위의 빅테크 핀테크에 대한 호의가 전통금융사들 입장에선 불편했다. 전임 금융위원장 퇴임식에 재임 시절 사업을 허가받은 인터넷전문은행 대표가 등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균형의 추가 한쪽으로 무너지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각관계에서 전통금융사들은 소외된 쪽이었다.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금융사들의 불만은 커졌다. 화살은 금융당국을 향했다. 그러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관계의 재정립이 시작됐다. 금융위 금감원 두 수장이 나란히 전통금융사들의 고충을 언급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여러 가지 시그널을 보냈다. 혁신금융에서 조연으로 물러서 있던 전통금융사들이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내년 1월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금융권은 자신만의 능력을 발산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신한금융은 이달 중 배달 서비스를 출시한다. 금융과 배달이라는 이종 산업 간 결합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추출하겠다는 각오다. 이 새로운 데이터는 금융권 혁신사업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외당한 금융권에서도 특히 격·오지에 있는 지방은행의 설움은 더 컸다. 신임 금감원장은 지방은행에 대한 배려도 약속했다. 은행 ‘경영실태 평가제도(CAMEL)’ 대수술을 예고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의 평가항목을 차등화해 시금고 선정 등 다양한 사업평가에서 지방은행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소외당했던 전통금융사들에 따스한 봄날이 찾아온 만큼 소외당했던 전통금융사들이 공정한 시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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