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역린, 콜센터 한탄上] 손바닥 뒤집기 정책에…총알받이 은행 콜센터

입력 2021-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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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조이자, 소비자 문의ㆍ항의 쏟아져
평균 대기 콜 100콜…영업점과 공유 안돼 혼란

“이 영업점은 대출 한도가 동났다는데, 콜센터에서는 어느 지점 한도가 남았는지 확인도 못 해줍니까?”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가 4월에 이어 또다시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내놓겠다고 하자, 소비자들의 분노가 시중은행 콜센터로 몰렸다. 하청업체 콜센터 노동자 김지연 씨(가명, 42)는 소속 KB국민은행이 영업점별로 가계대출 신규 취급 한도를 제한하면서 관련 문의가 콜센터로 쏟아지면서 낭패를 겪였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5일부터 1~9월 영업점별 대출 실적에 비례해 신규 가계대출 한도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선착순으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되자, 고객들은 영업점으로 달려갔다. A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A씨는 본인의 차례까지 영업점에서 2시간이나 기다렸지만,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해당 영업점의 대출 한도가 직전에 소진되면서다. 화가 난 A씨는 대출 한도가 남은 영업점을 묻기 위해 지연 씨가 근무하는 콜센터로 전화했다.

금융위와 은행의 결정을 수습하는 건 지연 씨와 같은 콜센터 직원들이었다. 지연 씨는 일일이 A씨 근처 지점에 전화를 걸어 남은 대출 한도를 확인했다. 받는 콜 수가 인센티브로 직결되는 콜센터 노동자에겐 난처한 장(長)콜이었다. 영업점은 콜센터와 대출 한도가 얼마나 남았는지 컴퓨터 시스템 등으로 공유하지 않았다. 직접 전화해 물을 때만 알려줬다. 남은 한도가 변동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객이 업무 처리 방식을 원시적이라고 평했지만 지연 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지연 씨는 은행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은행이 영업점별로 대출 한도를 조이던 시기 지연 씨가 속한 콜센터의 대기 콜은 100콜을 넘겼다. 앞선 고객의 전화로 당장 연결되지 못해, 이를 기다리는 고객이 100명을 넘겼다는 뜻이다. 팀장은 사내 메신저로 ‘지금 콜이 많습니다’, ‘관리해주세요’라는 쪽지를 연신 보냈다. 한 고객과 길게 통화를 하고 있으면 팀장은 자리까지 찾아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는 눈치를 줬다.

지연 씨는 “고객이 전화로 가계부채 정책이 언제 시행되냐고 물을 때 그제야 가계부채 정책이 나왔는지 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상담원까지도 정책을 미리 공지해주면 대비를 하고 고객을 상담할 수 있는데 지금은 기사를 찾아보며 상담하고 있다”고 했다. 끝을 모르고 나오는 가계부채 대책에 그는 모니터에 기사를 띄운다. 지연 씨는 오늘도 “죄송하지만 공지된 게 없습니다.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라며 고객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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