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헝다, 증시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1-10-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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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 21일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다른 채권에 대한 이자기한이 다가오면서 이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리스크로 촉발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4분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3일 만기였던 8353만 달러(약 984억 원) 규모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가 30일 유예기간 종료를 앞둔 21일 채권자 계좌로 이자를 지급하며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벗어났다. 이자 지급 소식에 22일 헝다 그룹 주가는 전일 대비 4.26%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당장 디폴트 위기는 막았지만, 헝다그룹이 갚아야 할 빚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오는 30일에는 1425만 달러(167억 원), 다음 달 8일에는 8249만 달러(969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12월 28일에는 2억5520만 달러(2999억 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금난으로 인해 건설사업 대부분이 중단됐고,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의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와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경제 내 부동산 관련 부문 비중이 높아 주택경기 둔화, 건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가계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9.1%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전력난 사태에 이어 정부의 민영규업 규제,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도 경기 위축 요소로 꼽힌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부진 요인들인 정부규제, 부동산 경기 위축, 병목현상 등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며 “4분기 내 생산 차질이 다시 심화하거나, 부동산 경기가 가파르게 위축된다면, 3% 초반 성장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헝다사태’에 선을 긋고 있다. ‘개별 문제’ 또는 ‘일부 우려’ 등으로 표현하며 헝다의 유동성 위기 등을 인정하면서도 심각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 위기 역시 통제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정부의 통화·재정정책 실시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 리스크와 부동산 통제로 인해 부동산 투자가 빠르게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최근 인민은행에서 발표한 헝다 문제 언급과 모기지 대출 일부 완화 신호는 긍정적이다”며 “통화완화 스탠스에 대한 기대감 축소, 추가적인 소비촉진을 위한 소비부양책, 재정정책 추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헝다그룹과 같은 신용 리스크보다 부동산세도입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리스크는 정부 개입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 조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통화·재정정책 실시 가능성은 단기간 내 쉽지 않다”며 “4분기 물가상승 우려에 이어 중국 장기금리가 반등하고 있어 통화정책 미세조정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22일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회사 내부 회의에서 부동산 사업 축소를 골자로 회사 사업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10년 안에 헝다를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헝다그룹 주가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
▲헝다그룹 주가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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