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현실 논리'와 '상황 논리'가 만든 부조리

입력 2021-10-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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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들(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민음사 펴냄

국도 옆으로 파 놓은 터에 관을 매립하는 일로 정신없는 인부들 사이, 좀처럼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름은 선길이다.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길은 현장 최고 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멧돼지 보초병이라는 불가해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며칠 밤을 새워도 멧돼지는 보이지 않고, 멧돼지를 지키던 선길의 모습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는 여느 일터와 다를 바 없던 현장을 순식간에 갖은 병폐를 안고 있는 부조리한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무에서 유를 일구어 내는 공사 현장이자 누군가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삶의 현장인 동시에 은폐와 카르텔로 얼룩진 불의의 현장이기도 한 이곳은 도덕과 윤리가 고장난 죽음의 현장으로 기능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어둠의 장소가 된다.

'관리'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힘의 의지와 힘에 기생하는 작은 인간들의 타협은 현실을 점점 더 왜곡시키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책은 어느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흔한 비극'이라는 점이 이 소설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비참함이자 불의라 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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