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가스요금과 소신발언

입력 2021-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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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립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전기요금이 올랐다. kWh당 3원 인상된 것이다. 4인 가구 평균 전기사용량 기준 1050원의 전기 사용료를 더 내야 하며, 월 사용료로는 5만4000원 정도다. 4인 가구의 1인당 1만3500원가량을 내는 것이다. 1인당(1대당) 5만 원 안팎, 많게는 10만 원까지 하는 휴대전화 통신요금에 비하면 큰 부담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산업 전반의 생산 과정에서 전기가 필요하고 이 전기요금 인상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생산자 입장에서 전기료가 올랐으니 이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기 역시 생산하기 위한, 즉 발전을 위해 필요한 석유, 가스 등의 요금이 오르면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1분기 전기요금을 내릴 때만 적용했고 2, 3분기 오를 때는 적용하지 않고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40달러 전후였던 국제유가는 10월 현재 70달러 중후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기요금처럼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는 도시가스 요금도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지표인 JKM은 작년 7월 100만BTU당 2.56달러에서 지난달 27.49달러로 10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11.2%, 일반용 요금을 12.7% 인하한 이후 15개월째 동결해 놓고 있다.

도시가스요금의 경우 도입 원가를 반영하지 않은 차액은 미수금으로 잡힌다. 미수금은 쌓일수록 부담이 커지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가 내야 하는 돈이다. 지금 반영하지 않는다고 안 내는 요금이 아닌 결국 언젠가는 내야 하는 빚 같은 것이다. 빵빵해진 풍선의 공기를 지금 조금씩 빼지 않으면 훗날 풍선이 터지거나 혹은 공기를 급하게 많이 빼야 할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요금도 이와 같은 이치다.

어차피 내야 하면 지금 안 내고 천천히 내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미수금으로 인한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요금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인한 이자 비용은 수백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수백억 원도 결국 도시가스요금에 반영되고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소비자가 내야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산업부 관계자가 한 ‘도시가스 요금 연내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를 엄두에 둔 것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팽창하고 있는 풍선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기재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도시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겠단 결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전기요금이든 도시가스요금이든 싸게 쓰면 소비자로선 ‘생큐’다. 하지만 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이자 부담을 지기 싫다. 지금 적정요금을 내고 훗날 불필요한 이자를 내고 싶지 않다.

전날 기재부에서 공공요금 동결 취지의 발언과 대치될 수 있는 취지의 언급이란 점에서 산업부 공무원도 쉽게 말을 내뱉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와 그 요금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할 수 있는,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다. 그런 소신 발언이 그 사람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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